비유를 중간에 바꾸면 읽는 사람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글쓰기에서 비유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많은 초보 작가가 이 도구를 다루는 법을 잘 몰라서 글을 어색하게 쓰곤 합니다. 앞에서는 인생을 바다에 비유했다가, 중간에서는 갑자기 마라톤이라 하고, 끝에 가서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유가 계속 바뀌면 읽는 사람의 머릿속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저도 과거에 비유를 많이 쓰면 글이 풍성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편의 글에 비유를 대여섯 개씩 넣었습니다. 다 쓰고 읽어 보면 정신이 없었습니다. 비유가 많을수록 글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비유를 끝까지 끌고 간 글이 훨씬 강력합니다.
읽는 사람의 머리는 새로운 비유가 나올 때마다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합니다. 이게 참 피곤한 일이거든요.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파도를 넘어야 한다고 읽으면서 바다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생이라는 달리기 길에서 운동화 끈을 묶으라고 하면 머릿속의 바다가 사라지고 운동장이 나타나야 합니다. 글을 따라가던 흐름이 끊긴다는 얘기입니다.
비유가 계속 바뀌는 글은 글 쓴 사람의 생각이 깊지 않다는 느낌을 줍니다. 읽는 사람에게 오래 남는 여운을 주지 못하고 금방 잊혀져버립니다.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분명한 그림을 그려주려면, 딱 하나의 강한 비유를 글 전체의 뼈대로 삼으면 됩니다. 첫 문장에서 던진 비유를 중간과 끝까지 이어 나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깊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첫째, 글의 주제에 맞는 비유 하나를 고릅니다. 글을 쓰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한 줄로 정리하고, 이걸 제일 잘 보여주는 구체적인 것을 하나 고릅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주제로 한다면 이걸 농사, 요리, 집짓기 중 하나로 정하는 겁니다. 이 선택이 글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둘째, 그 비유의 작은 부분들을 글 곳곳에 깔아둡니다. 글쓰기를 농사에 비유하기로 정했다면, 아래와 같이 연결하면 됩니다.
-글감 찾는 과정 → 씨앗 고르기
-초고 쓰는 과정 → 밭 갈기
-퇴고 과정 → 잡초 뽑기
-완성된 글 → 열매
본문의 각 부분이 농사의 단계와 맞물리게 쓰면, 읽는 사람은 글을 읽는 내내 농사라는 하나의 큰 이야기 속에 머물게 됩니다. 중간에 갑자기 마라톤이나 요리가 튀어나오지 않으니까 머릿속이 흩어지지 않습니다.
셋째, 비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로 바꿉니다. "퇴고는 어렵다"라고 말하는 대신, "잡초를 뽑아내는 일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라고 쓰는 거지요. 읽는 사람은 고쳐 쓰기의 고통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 비유가 이어질수록 독자는 글 내용을 이미지로 떠올리게 됩니다. 이미지로 본 것은 텍스트로 읽은 것보다 오래 남습니다.
넷째, 끝에서 비유의 결과물을 보여주며 마무리합니다. 글의 마지막에서는 처음에 던진 비유가 완성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잡초를 뽑고 땀을 흘린 사람만이 자기만의 향기로운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면, 처음과 끝이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면서 읽는 사람은 분명한 마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비유 하나를 끝까지 끌고 가면 글이 단단해집니다. 하나의 비유를 따라가는 글은 옆길로 샐 틈이 없습니다. 모든 문장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니까 글의 뼈대가 튼튼해집니다. 읽는 사람은 글 쓴 사람이 깔아놓은 길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비유 하나로 큰 그림을 그리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사람은 논리보다 그림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잘게 쪼개진 정보는 잊게 되지만, 농사와 작가라는 하나의 분명한 그림은 머릿속에 남습니다. 나중에 글의 자세한 내용은 잊더라도, 그 비유는 잊지 못합니다.
비유 하나로 글을 쓰면,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이론이나 깊이 있는 이야기도 익숙한 비유 하나에 실어 쓰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비유는 읽는 사람의 문턱을 낮춰주고, 글 쓴 사람의 생각을 쉬운 말로 바꿔주는 통역사 같은 역할을 합니다.
비유는 작가가 독자에게 빌려주는 안경과 같습니다. 이 안경 저 안경을 번갈아 씌우면 눈이 어지럽습니다. 내가 고른 딱 하나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여주면 됩니다. 첫 문장에서 심은 비유의 씨앗이 마지막 문장에서 열매가 될 때 읽는 사람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