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읽으려 하지 말고 한 줄만 적으면 됩니다
마음먹고 산 책이 며칠 만에 책상 구석에 밀려나 먼지만 쌓인 적 있으신가요. 새해나 매달 초가 되면 서점으로 향합니다. 이번에야말로 독서를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사지만, 그 다짐이 사흘을 넘기기가 참 어렵습니다.
처음 며칠은 수십 페이지씩 읽다가도, 바쁜 일이 생기거나 조금이라도 피곤해지면 책은 어느새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만 있고 실제로 읽지는 않으니 스트레스만 쌓이지요.
방치된 책을 발견하면 자책이 밀려옵니다. 역시 나는 끈기가 없구나, 독서는 나 같은 사람과는 맞지 않나 보다. 이렇게 시작과 포기를 반복하다 보면 책을 펴는 행동 자체가 즐거움이 아니라 실패를 확인하는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예전에, 한 달에 네 권 읽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사흘 만에 포기하고, 자책하고, 다시 세우고, 또 포기하고. 이 고리를 몇 년이나 반복했습니다. 방법을 바꿨습니다. 많이 읽는 걸 포기하고, 매일 한 줄만 적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달라졌습니다.
왜 매번 작심삼일로 끝날까요. 독서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크게 잡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한 챕터를 다 읽겠다거나 매일 한 시간씩 읽겠다는 계획은 우리 뇌에 큰 부담을 줍니다.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익숙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지요. 갑자기 큰 힘이 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금방 지치고 거부합니다.
또 하나, 읽기만 하고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눈으로만 글자를 따라가면 내가 뭘 얻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뿌듯함이 없으니 재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으니 끈기만으로 버티게 되고, 그 끈기가 바닥나는 사흘째에 결국 포기하게 되는 거지요. 끈기가 남들보다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계속할 만한 즐거움을 느낄 장치가 없었던 겁니다.
완독에 대한 부담도 큽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어야 독서를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강박이 독서를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만듭니다. 중간에 조금이라도 끊기면 실패했다고 여기고 아예 손을 놓아버리곤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주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루 한 줄만 적는 겁니다. 독서의 무게를 확 줄여서, 우리 뇌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습관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딱 한 문장만 적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칩니다.
첫째, 만만한 기록 도구를 준비합니다. 멋진 독서 노트를 살 필요 없습니다. 평소 쓰는 다이어리, 스마트폰 기본 메모장,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포스트잇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도구가 화려할수록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니까, 손에 닿는 아무거나 쓰면 됩니다.
둘째, 오늘 읽은 부분에서 딱 한 줄만 고릅니다. 오늘 읽은 분량이 한 페이지여도, 한 문단이어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제일 마음에 남는 단어나 문장 하나만 찾습니다. 수많은 문장 중에서 오늘 나에게 말을 거는 문장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훌륭한 독서입니다.
셋째, 오늘 날짜와 함께 그 문장을 적습니다. 찾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어도 좋고, 그 문장을 보고 떠오른 짧은 생각이나 기분을 한 줄로 남겨도 좋습니다. 멋진 감상문을 쓰는 게 아니라, 매일 점을 찍듯 작은 흔적을 남기는 게 목적입니다.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문장 하나를 골라 적는 데는 1분도 안 걸립니다.
한 줄을 적으려고 책을 펼쳤다가, 어느새 다섯 페이지를 읽고 있습니다. 한 줄이라는 가벼운 시작이 읽기를 자연스럽게 이끈 겁니다.
한 줄이 쌓이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책 펼치기가 가벼워집니다. 한 줄만 적으면 오늘 할 일이 끝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책을 꺼내는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집니다. 억지로 읽어 내려가는 지루한 시간 대신, 책 속에서 나만의 보물 문장을 찾는 즐거움이 생깁니다.
눈에 보이는 뿌듯함이 생깁니다. 일주일, 한 달 동안 차곡차곡 쌓인 한 줄 기록들을 훑어보면 내가 이만큼이나 책과 대화했구나 하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뇌는 이런 작은 성공을 먹고 자랍니다. 뿌듯함이 쌓이면 뇌가 독서를 즐거운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더 이상 끈기를 짜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을 찾게 됩니다.
책에 대한 애착이 깊어집니다. 아무 흔적 없는 깨끗한 책보다, 내 손때가 묻고 한 줄의 기록으로 연결된 책은 세상 하나뿐인 내 것이 됩니다. 이 작은 기록들이 모여서 단단한 독서 근육을 만들어주고, 결국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한 사람으로 바뀌게 해줍니다.
많이 읽겠다는 다짐 대신 매일 한 줄만 적겠다는 다짐이면 충분합니다. 100일 지나면 100개의 문장이 모입니다. 그 문장들을 쭉 읽어보면, 거기에 지난 100일간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눈에 띄는 문장 하나를 메모장에 옮겨 적는 것부터. 그 1분짜리 행동이 작심삼일의 고리를 끊어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