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글쓰기 강사가 알려주는 첫 번째 단계
강의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대부분 사람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자격증을 알아봅니다. 학원을 검색합니다. 스피치 학원 등록부터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강단에 서면서, 그리고 수많은 초보 강사들을 코칭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1~2년을 돌아가게 됩니다. 심하면 포기하게 됩니다. 오늘은 강사를 해보고 싶은데 대체 뭐부터 하면 되는 건지, 그 질문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강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본능적으로 자격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분야에 따라 자격증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이 강의를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필요한 건 딱 하나! 내 강의가 수강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그럼 강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뭘까요. 내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정리하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실제로는 아주 소박한 작업입니다. 종이 한 장이면 됩니다. 세 가지만 적어보는 겁니다. 먼저 지금까지 살면서 오래 해온 일. 직장 경험이든, 취미든, 육아든 상관없습니다. 10년 넘게 글을 써왔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5년간 영업을 했다면 그것도 됩니다. 오래 해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야기거리를 품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것. 너는 어떻게 그렇게 시간 관리를 잘 해, 독서 어떻게 하면 돼, 이직할 때 어떻게 했어. 주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주제가 있다면, 그건 이미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때 에너지가 올라가는 주제. 아무리 잘 아는 분야라도 말할 때 지루한 주제로는 강의를 오래 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이야기만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주제가 있습니다. 그게 강의 주제의 씨앗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지점이 있다면, 그게 바로 첫 강의 주제입니다.
이쯤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저는 전문가가 아닌데요. 코칭할 때마다 거의 열에 아홉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강사는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일 필요가 없습니다. 수강생보다 반 발짝 앞서 있으면 됩니다.
독서를 시작한 지 3년 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은 20년 경력 독서 전문가에 비하면 초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막막함을 가장 최근에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초보자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초보에게 좋은 강사입니다. 그러니까 전문가가 되고 나서 강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주제가 정리되었다면, 다음은 사람들 앞에 서보는 겁니다. 처음부터 대형 강연장일 필요 없습니다. 지인 5명을 모아서 카페에서 30분 이야기해 봐도 좋고, 지역 도서관 소모임에서 짧은 발표를 해 봐도 좋고, 온라인 줌으로 무료 미니 특강을 열어 봐도 좋습니다.
블로그나 SNS에 강의 주제로 글을 연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핵심은,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죠. 저도 처음 강의할 때 목소리가 떨렸고, PPT도 엉망이었고, 시간 배분도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의 경험이 열 권의 책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려줬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막히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수강생들 눈빛이 달라지는지, 어디서 시간이 늘어지는지. 이런 것들은 실제로 무대에 서 봐야만 보입니다.
초보 강사들이 시작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실수도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너무 많은 것을 전하려 합니다. 처음 강의하면 아는 것을 전부 쏟아내고 싶어집니다. 1시간에 10가지 주제를 욱여넣습니다. 그렇게 하면, '많이 들었는데 기억나는 건 없는 강의'가 됩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메시지만 전달한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다른 유명 강사를 따라 하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유튜브에서 인기 강사 영상을 보면서 말투, 제스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는데, 그러면 어색해집니다. 수강생은 금방 알아챕니다. 초보 시절에는 서툴다 하더라도 자기 방식으로 말하는 게 훨씬 진정성 있게 느껴집니다.
준비를 핑계로 시작을 미루는 사람도 많습니다. PPT를 좀 더 다듬고, 책을 몇 권 더 읽고, 스피치 학원을 먼저 다니고. 이러다 보면 1년 금방 지나갑니다. 준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무대에 서면서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고 효율적이라는 뜻입니다.
강사라는 직업은 화려해 보이지만, 현실은 꽤 고단합니다. 수입이 불안정한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준비 시간 대비 실제 강의 시간은 턱없이 짧습니다.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누군가 다가와서 오늘 이야기 덕분에 한번 해 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할 때. 몇 달 뒤 연락 와서 그때 강의 듣고 시작했는데 잘 되고 있다고 말할 때.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이 일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보람 있고 가치로운 삶의 방식이란 확신이 듭니다.
강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이미 첫 번째 자격은 갖춘 겁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게 출발점입니다.
종이 한 장 꺼내서, 오래 해온 것, 자주 질문받는 것, 에너지가 올라가는 것. 이 세 가지를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강사가 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