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기술이다
저는 일기조차 쓰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내용을 이어가질 못했습니다. 1월 1일에 새 일기장 사서 의욕 넘치게 시작하면, 일주일쯤 지나면 이런 문장만 남아 있었습니다. "오늘은 별일 없었다." 그 한 줄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년 새 다이어리만 쌓여갔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글 쓰는 걸로 먹고삽니다. 책도 여러 권 냈고, 10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선 한결같이 비슷한 반응이 돌아옵니다. 원래 글을 좀 썼던 것 아니냐고 말이죠. 아닙니다. 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글 쓰는 법을 배운 사람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글쓰기를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독후감을 잘 쓰고, 백일장에서 상을 받고, 문학적 감수성이 남다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 이건 편견입니다. 물론 타고난 감각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출발선이 조금 다른 것일 뿐, 글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요리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타고난 미각을 가진 셰프도 있지만, 대부분의 요리사는 배워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불 조절하는 법, 간 맞추는 법, 재료를 다루는 순서를 하나씩 익힙니다. 처음에는 계란후라이도 태우지만, 매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손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기술로 바라보기 시작한 날부터 달라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이 뭔지도 모르면서요. 기술로 바라보니까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글에는 구조가 있고, 문장에는 리듬이 있고, 이야기에는 흐름이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은 느낌이 아니라 원리였습니다. 원리는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기술입니다. 제가 닉네임을 '글장이'라고, 문법적으로 틀린 말임에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배운 것들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문장은 짧을수록 강하다,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한다, 설명보다 장면이 독자 마음에 남는다, 마지막 단락이 글 전체 인상을 결정한다.... 이런 내용은 재능과 아무 관계 없습니다. 알면 쓸 수 있고, 모르면 못 쓰는 것이죠. 기술이라는 뜻이 바로 이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만 배우면 하루아침에 잘 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술은 방향을 알려줄 뿐이고,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건 연습의 몫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꼬박 하루 이상 걸렸습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 그 과정이 수백 번 반복된 뒤에야 비로소 한 편의 글이 두세 시간 안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수백 번이 재능을 대신해준 겁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서 저와 함께 글쓰기 공부하는 사람 많은데요. 그들 중에는, 처음에는 몇 줄조차 엉성했던 사람 많습니다. 꾸준히 강의 듣고 연습해서 책 출간한 사람 656명이나 되고요. 책 출간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이제 어느 정도는 읽을 만한 글을 씁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글 쓰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이 두 문장의 차이는 큽니다. 못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거기서 멈추게 됩니다. 아직 배우지 않은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배우기만 하면 된다 길이 보이는 것이죠.
저는 일기조차 이어가지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국어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문학 소년도 아니었습니다. 글쓰기가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 기술을 하나씩 배웠고, 서툴러도 매일 썼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저를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글쓰기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기술이라는 사실.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고,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지금 바로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펜 한 자루, 메모장 하나면 충분합니다. 재능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부터 한 줄이면 됩니다.
글쓰기뿐만 아니겠지요. 무슨 일이든 배우고 익혀 매일 연습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나는 잘 못 한다"라는 말, 이제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