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그냥 한 문장씩 꾸역꾸역

읽는 행위 자체가 먼저다

by 글장이


주제, 메시지, 구성, 맥락, 공감 등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책을 읽을 때 그런 걸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책 읽으면 재미가 있다거나 혹은 어떤 역사적 사건의 줄거리를 알게 되는 정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평생 책 한 권 읽지 않았습니다. 사업 실패 후 감옥에 가서 '한 시간이 일 년 같은' 나날을 보냈지요.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복도 중간에 설치된 책장이었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그 책장에는 너덜너덜한 책들이 잔뜩 꽂혀 있었습니다.


소설, 과학 잡지, 자기계발서, 에세이 등 장르 구분도 없이 마구 섞여 있던 그 책장에서 한 권씩 뽑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지, 왜 읽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한 페이지씩 넘기기 시작했지요.


저 나름대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내용이고 메시지고 뭐고간에, 일단 문장과 글자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읽어 보자. '이해'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물리적인 '책장 넘기기'에만 집중했습니다.


만약 제가 사회에 있으면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더라면, 일찌감치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뭘 알아야 독서를 하지요. 읽어도 아무 달라지는 게 없고, 읽은 내용을 이해할 수도 없고, 재미는 아예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죠.


다행히도, 당시의 저는 그런 목적이나 독서의 의미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야만 했으니까요. 그렇게 한 권씩, 단순히 글자를 다 읽는 무식한 독서를 석 달쯤 이어갔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데요. 석 달쯤 되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졌습니다. 같은 방을 쓰던 다른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안에서는 문득 우는 경우 허다했기 때문에 그들도 저를 별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궁금했습니다. 왜 이러지? 내가 왜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건가. 며칠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가 마치 나를 두고 하는 얘기 같았거든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저는 책 읽으면서 격한 공감을 시작했던 겁니다.


아울러,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 참혹하고 엉망인 자기 삶을 끝내 극복하고는 다시 일어서는 장면도 수없이 읽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나도 잘하면 다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 제게 자주 묻곤 합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그럴 때마다 저는, 이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지만, 빠트리지 않고 전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잘 읽으려는 마음 내려놓고, 그냥 한 권씩 읽고 끝낸다는 마음으로 물리적 행위에만 초점 맞추라"고 말이죠. 저도 독서법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출간했습니다만, 그런 방법은 모두 책을 어느 정도 읽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방법을 찾기보다는, 일단 그냥 단순히 읽는 작업을 지속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 달이든 석 달이든, 매일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책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때가 오게 마련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독서법 관련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요. 내용 부실한 것 하나도 없고, 의미 없는 내용도 하나도 없고, 효과 없는 내용도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그 독서 방법이 나에게 맞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속독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우뇌 사용법이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당구 처음 치는 사람은 일단 많이 쳐 보는 게 먼저입니다. 쿠션 포인트 계산하는 것이 초보 당구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 이 말이지요. 아직 큣대조차 제대로 못 잡는 사람한테 말입니다.


독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은 텍스트를 묵묵히 읽는 힘이 필요합니다. 먼저 읽고, 다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마지막으로 내 언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읽는 힘 자체가 약한 경우, 아무리 좋은 독서 방법이라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꾸만 효율을 따지고 이득을 계산한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묵묵히 책을 읽는 시간을 견디질 못하는 것이지요. 돈도 안 되고, 시간과 에너지 투자해야 하고, 재미도 없고, 성장과 변화 느껴지지도 않고. 그러니까 사흘만에 책을 덮어버리는 겁니다.


무슨 일이든 기본 수준 안에 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첫 단계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겨울 내내 이파리 한 장 없이 앙상한 가지로만 견디는 나무를 보면,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뿌리에서부터 가지 끝까지 매일 매 순간 엄청난 순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죠.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느껴지지 않지만, 봄이 되면 나무는 결국 빛나는 잎을 틔워내고야 맙니다. 한겨울 내내 티나지 않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았더라면, 나무는 시들어 죽고 말 겁니다. 보이지 않는 노력, 티나지 않는 반복. 독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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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천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일단, 한 문장씩 꾸역꾸역 읽는 겁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행위에만 몰입합니다. 그런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 느끼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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