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인생이 그런 거라면
젊었던 시절에 극심한 통증을 겪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시절, 당신의 다리 통증이 척추와 신경 문제였단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면 아마도 제가 당장 신경 외과로 모시고 가서 CT도 찍어 보고 치료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80년도에 저는 어렸고, 다리 통증의 원인이 척추라는 사실을 가족 누구도 짐작조차 하질 못했습니다. 결국 엄지발가락 주변 신경이 모두 죽어버렸고, 어머니는 지금 한 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지내고 계십니다.
지팡이를 짚고 겨우 활동하시는데, 그래도 혼자 머리도 감고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다 다 하십니다. 힘들지요. 악을 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래도 늘 "팔십노인이 이만하면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동창회 다녀오셨는데, 어머니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친구분이 장애 등급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셨나 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장애 등급을 받으면 '나들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서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가 있는 것이죠.
그 친구 얘기에 솔깃했나 봅니다. "나도 장애 등급 받을 수 있는지 한 번 알아 봐 주면 좋겠구나" 저녁 먹으면서 말씀하십니다. 자식 된 제가, 어머니 장애 등급 받겠다는 말씀이 곱게 들릴 리 없습니다. 고작 택시 하나 편하게 이용하겠다는 이유로 굳이 장애인으로 인정받으려 하시다니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 어디 밖으로 다니기가 아주 불편하니까 오죽하면 그런 생각을 다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잠깐 알아보니,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는 것이 먼저이고요. 다음으로 어디 구청에 신청해서, 담당 직원이 집으로 방문하여 어머니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청만 한다 하여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절차를 거친 후 등급 판정을 받아야 되는 모양입니다. 일단, 절차 대로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 알아보고, 어머니한테 한 번 진행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무실로 걸어오는 동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한평생 갖은 고생 다 하면서 살아오셨는데, 그 마지막이 통증과 불편과 장애라니. 사람 인생이 이렇게 허망한 것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내가 기어이 시간을 내어 어머니 자주 모시고 여기저기 다녔더라면, '나들이 택시' 타겠다고 장애 신청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죄책감도 밀려왔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머니 모신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이 또한 '정당한 사유'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생로병사. 사람이 태어나 나이 들고 병들고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요. 나이 들고 죽는 것은 그렇다치고, 왜 굳이 아프게 만들었을까 신에게 따지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편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게 해도 됐을 텐데 말이죠.
저 나름대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건강하게 계속 살다 보면,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들고 아프면서 서서히 삶을 내려놓는 것이지요. 그게 덜 고통스러울 거라고, 신은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저도 이제 나이 오십 넘었습니다. 어리고 젊었던 시절 돌이켜보면, 그 세월 어찌 그리 훅 지나갔는가 싶기도 하고요. 사업 실패로 절망과 좌절의 시간 보낸 것이 너무 아까워서 한이 맺히기도 합니다.
어머니 입장 생각하면 장애 등급 잘(?) 받을 수 있기를 바라야 하고요. 제 마음으로는 "너무 멀쩡해서 장애 등급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결과가 나왔으면 싶기도 합니다.
삶이 어떠하든, 우리는 또 오늘과 지금에 집중하며 살아내야 하겠지요. 신의 판단에 이러쿵 저러쿵 불평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인생이 그런 거라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