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읽겠다고 결심만 하고 실행을 못 할까?

의지가 아니라 환경입니다

by 글장이


결심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결심을 너무 쉽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올해는 책 좀 읽어야지"라는 말은 입에서 나오기까지 0.5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너무 가볍게 툭툭 뱉고 맙니다.


그래서 뇌도 그 결심을 가볍게 받아들입니다. 제대로 실행해야 할 일로 등록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기분 좋은 다짐 정도로 처리할 뿐입니다. 결심의 무게와 실행의 무게는 원래 비례해야 하는데, 책 읽기에 관한 결심은 거의 항상 가볍습니다. 가벼운 결심은 가볍게 사라집니다.


결심은 가볍게 하지만, 결심하는 데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쓰입니다. 실행도 하지 않은 채, 결심만 반복하면서 이미 상당한 에너지를 쓰고 마는 것이죠. 정작 실행할 에너지가 남지 않으니 결심만 반복하게 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책을 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전혀 다릅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행위에 대한 욕구이고, 읽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이미지에 대한 욕구입니다.


전자는 과정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후자는 결과만 원합니다. 결과만 원하는 마음은 행동을 끌어내지 못합니다. 책장에 교양 있는 책이 꽂혀 있었으면 좋겠고, 누가 물으면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고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주변에서 나를 책 좀 읽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는 마음. 이건 독서를 향한 욕구가 아니라 자기 이미지를 향한 욕구입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행위까지는 쉽게 해도, 실제로 페이지를 펼쳐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지루한 작업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미지는 책을 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충족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독서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 독서가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말, 하루 한 시간 독서가 1년 후 자신을 바꾼다는 말. 이런 문장들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 책을 읽고 나는 변해야 한다!"라는 압박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독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숙제가 됩니다. 숙제는 미루게 됩니다. 변화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오히려 첫 페이지를 펼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결심과 실행 사이에는 언제나 구조적인 간극이 존재합니다. 결심은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실행은 몸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머리는 "책을 읽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몸은 소파에 앉자마자 리모컨을 집어 듭니다. 머리는 "자기 전에 책을 읽자"라고 다짐하지만, 몸은 침대에 눕자마자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이 간극을 의지로 건너려 하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의지는 소모성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의지는 이미 바닥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의지를 발휘해 책을 읽자"라는 계획은 시작부터 무리입니다.


그렇다면 이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위 원인들을 반대로 실행하면 되겠지요. 결심의 크기를 줄이고, 환경의 힘을 키우는 겁니다. "올해 50권 읽기"가 아니라 "오늘 한 페이지 읽기"로 결심의 크기를 줄이면 실행의 문턱이 낮아집니다. 한 페이지는 의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침대 머리맡에 책을 올려두고, 소파 옆에 책을 놓아두고, 가방 안에 항상 얇은 책 한 권을 넣어두면 환경이 대신 독서를 끌어냅니다. 손닿는 곳에 책이 있으면 펼치게 되고, 안 보이는 곳에 있으면 잊히는 겁니다. 의지 대신 환경이 일하게 만드는 것. 이게 실행을 만드는 진짜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심의 방향을 바꾸는 일입니다. 우리는 대개 "나는 책을 더 읽어야 한다"라는 방향으로 결심합니다. 이 문장은 지금의 나를 부족한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행동은 고통스럽고 오래 가지 못합니다.


반면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으로 결심을 바꾸면 달라집니다. 이 문장은 현재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말입니다. 정체성이 행동을 끌어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니까 책을 읽는 거지,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어집니다. 양치질을 하는 이유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독서가 삶의 기본값이 되는 순간 독서는 더 이상 결심의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결심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과, 조용히 꾸준히 읽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닙니다. 독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른 것뿐입니다. 전자는 독서를 '해야 할 대단한 일'로 보고, 후자는 독서를 '그냥 하는 일상'으로 봅니다.


전자는 의지에 기대고, 후자는 환경에 기댑니다. 전자는 거창하게 결심하고 가볍게 포기하고, 후자는 작게 시작해서 길게 갑니다. 이 차이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독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수년간 결심만 반복했더라도, 그 결심이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건 중요한 신호입니다. 아예 관심 없는 일은 결심도 하지 않습니다. 결심이라도 반복하고 있다면, 마음 깊은 곳에서 독서를 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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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머리맡에 올려두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읽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올려두기만 하라는 겁니다. 결심은 이미 충분히 했습니다. 이제는 결심을 멈추고, 환경을 바꿀 차례입니다. 결심이 실행이 되지 못했던 건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결심의 방식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방식이 바뀌면 결과도 바뀝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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