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강의법 실전편
답은 스토리텔링에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말이라 식상할 수 있는데요. 강의에서의 스토리텔링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하나 넣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리고 꼭 감동적인 인생사를 풀어놓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강의에서의 스토리텔링은 메시지를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어떤 구조로, 어떤 순서로, 어떤 결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수강생의 마음에 닿는 깊이가 달라집니다. 그 실제 방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왜 스토리가 교훈보다 강한지 짚어야 합니다. 사람의 뇌는 교훈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저장합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교훈은 이틀이면 잊어버리지만,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책 한 페이지씩 읽다가 인생이 바뀐 한 사람의 이야기는 오래 남습니다.
사람은 주장에는 설득되지 않지만 장면에는 설득됩니다. 강의에서 교훈만 이야기하면 수강생은 고개는 끄덕이지만 마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장면이 있어야 마음이 움직입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이 장면을 수강생의 머릿속에 그려주는 일입니다.
그럼 장면을 어떻게 만들까요. 첫째, 구체적인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많은 초보 강사들이 "사람들은, 우리는, 직장인들은" 등과 같은 식으로 주어를 뭉뚱그립니다. "사람들은 시간을 잘못 쓰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수강생은 아무 장면도 그리지 못합니다.
대신 이렇게 바꿔보면 됩니다. "제가 아는 한 팀장님이 계십니다. 올해 마흔둘이고, 아이가 둘이고, 매일 밤 열한 시에 퇴근합니다. 이 팀장님은 늘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침 출근 후 첫 한 시간을 이메일 정리로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풀어내면 수강생 머릿속에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옵니다. 그 사람이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 메시지는 저절로 남게 됩니다. 구체적인 인물이 있는 이야기와 없는 이야기의 차이는 큽니다.
두 번째는 갈등이나 변화를 담습니다. 스토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가는 과정이 스토리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시도를 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더라." 이 세 박자가 있으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스토리가 완성됩니다.
강의 중에 사례를 들 때 이 구조를 의식적으로 써 보면 전달력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처음 상태만 말하거나 결과만 말하면 수강생은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변화의 여정이 있어야 스토리가 됩니다.
"팀장님이 계셨는데, 이메일 정리에 한 시간을 쓰던 걸 십오 분으로 줄이고, 그 시간에 가장 중요한 업무 하나를 먼저 끝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퇴근 시간이 두 시간이나 당겨졌고, 집에 가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짧은 서사 안에 이전과 이후가 있고, 시도가 있고, 변화가 있습니다. 수강생은 이 안에서 자기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자기도 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셋째, 감각적인 디테일을 한두 개 심습니다. 이게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강사와 그렇지 않은 강사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어떤 디테일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똑같은 이야기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그 팀장님이 매일 야근을 한다"라고만 하면 평면적인데요. "매일 밤 열한 시에 사무실을 나서면 지하 주차장이 텅 비어 있고, 차에 타는 순간 아이가 보내놓은 카톡 한 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빠 오늘은 일찍 와'"
이 한 줄만 덧붙여도 분위기가 바뀝니다. 수강생이 그 장면을 눈앞에 그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감각적인 디테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리 하나, 장면 하나, 문장 하나. 이 작은 조각이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듭니다. 강의 사례를 준비할 때 이 디테일을 한두 개만 의식적으로 심어두면, 같은 사례가 전혀 다르게 전달됩니다.
넷째, 사례 끝에 질문을 붙입니다. 스토리를 마치고 그냥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면, 수강생은 재미있게 들었지만 자기 이야기로는 가져가지 않습니다. 그 순간을 잡아서 한 번 끌어당겨야 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 첫 한 시간을 어디에 쓰셨나요. 아니면 여러분에게도 열한 시에 퇴근하게 만드는 이메일 같은 게 있을까요?" 이 질문 한 줄이 스토리를 수강생의 삶으로 연결시킵니다.
남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스토리를 꺼낸 강사의 역할은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감동을 수강생 본인의 문제로 연결해 주는 데 있습니다.
스토리를 잘 쓰는 강사가 되려면 재료를 모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책을 읽다가, 뉴스를 보다가, 주변 사람과 대화하다가 인상적인 장면이 있으면 짧게 메모해둡니다. 어떤 상황이었고, 무엇이 인상적이었고, 어떤 메시지와 연결할 수 있을지. 이 메모가 쌓이면 그게 강사의 자산이 됩니다.
사례 하나 찾으려고 강의 전날 인터넷을 뒤지는 것과, 평소에 모아둔 수십 개의 장면에서 골라 쓰는 것은 전달력의 차원을 다르게 만듭니다. 강사의 책상 위에 스토리 창고 하나를 만들어 두는 습관은, 초보 시절에 반드시 들여야 할 습관 중 하나입니다.
단, 스토리텔링을 잘한다는 말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과장해서 풀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극적인 포장은 몇 번 들으면 가벼워 보입니다. 수강생은 금방 알아챕니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담담한 목소리로,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보여주는 데서 나옵니다. 담담할수록 더 깊이 들어갑니다. 강조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이야기가 가장 오래 남습니다. 그러니까 스토리텔링을 배운다는 건 말을 극적으로 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장면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같은 말인데 누가 하면 감동이고 누가 하면 평범한 이유. 그건 강사의 목소리가 특별해서도 아니고, 이야기 자체가 거창해서도 아닙니다. 장면이 보이게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일 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