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퇴고의 원칙
첫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독자는 내 글을 읽으면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는 생각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글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면, 그 책임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둘째, 핵심 메시지를 제외한 모든 문장은 바로 그 핵심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주제에서 벗어나는 엉뚱한 이야기를 자꾸 섞으면 글이 산으로 가고 말지요.
셋째, 어떤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가 챙겨야 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순서로 얘기하느냐에 따라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넷째, 문장의 기본 3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짧게 쓰고, 쉽게 쓰고, 정확하게 써야 합니다. 초고를 쓸 때는 이런 것 하나하나 신경쓰기 힘들지요. 하지만, 퇴고할 때는 이 세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수정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다섯째, 문법을 잡아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다 알아서 교정해 줄 거라고 믿는 초보작가도 있는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출판사는 작가가 어느 정도 문법을 다 잡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상대가 다 했을 거라 짐작하니, 결국 피해는 독자가 봅니다. 작가가 자기 글에 책임감 가지고 문법 교정해야 합니다.
위 다섯 가지가 제가 퇴고할 때 중점적으로 살피는 내용입니다. 저의 퇴고 원칙이지요. 물론, 이렇게 다섯 가지 챙긴다고 해도 막상 책 나오면 또 수정할거리가 눈에 띕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작업해야만 나중에 후회가 덜 하겠지요.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16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288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초고를 쓸 때는 이것 저것 아무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생각 흐름을 따라 분량만 채웁니다. 당연히 엉망진창이겠지요.
허나, 퇴고할 때는 전혀 다른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문장 하나하나 정독하면서,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고 고칠 건 고치면서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글쓰기는 '고쳐 쓰기'입니다.
초보 작가일수록 초고 집필에 에너지를 많이 씁니다. 글쓰기 경험이 풍부한 기성 작가일수록 퇴고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저는 강의 시간에 극단적인 표현까지 씁니다. "초고는 열흘만에, 퇴고는 백일 동안!"
글을 쓰면 쓸수록 초고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어차피 나중에 다 고쳐야 합니다. 고치게 됩니다. 초고는 한 마디로 광석 캐는 작업입니다. 일단은 모조리 다 캐내야 하고요. 그 뒤에 보석을 가려내야 하는 것이죠.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