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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할 필요가 있는가

그럼에도 나는 오늘 또 한 걸음 더

by 글장이


글을 쓰다 보면 좌절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아는 것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관련 주제를 다룬 다른 작가의 책을 읽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고작 A4용지 1.5매 분량의 글을 쓰는데 뭐가 이리도 헷갈리고 엉성하고 횡설수설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 때도 많지요. 딱 부러지게 할 말만 하든가, 아니면 독자 심금을 울릴 만한 감성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나의 실력이 여기까지인가 싶어 속이 상합니다.


10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는데도 아직 이렇게나 글쓰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좌절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쁜가. 왜 이리 아이디어가 부족한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대학 입시에 떨어져 재수했고, 육군항공에 지원해 낙방했고, 사업에 실패해 모든 걸 잃은 적 있습니다. 돌아보면 '실패' 참 많이 했지요. 인생 절반 살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실패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지금 제 인생은 어떨까요? 숱하게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제 삶을 '실패'라는 말로 단정짓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오히려 나름 잘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바른 표현인 듯합니다.


실패를 하고, 그 실패로부터 뭔가 배워서,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제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 된 것이지요. 넘어지고 깨지고 피를 흘리면서도 그것을 실패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제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대표 운동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영상으로 본 적 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일, 매 순간 실패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번 쓰러지고 또 쓰러지면서도, 그들을 다음 운동을 이어갑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품고 말이죠.


김연아 선수의 엉덩방아 찧는 모습, 마이클 조던의 슛 실패하는 모습, 박지성 선수의 헛발질...... 이런 것들은 유튜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피겨의 여왕, 농구의 황제, 월드컵 스타인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계속 스케이트를 탔고 슛을 던졌으며 공을 찼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시도하는 것입니다.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실력은 분명 예전보다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갈수록 수월해지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인생,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 부릅니다.


시간과 노력, 실패와 향상을 모두 허용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람쥐가 반드시 나무 위에 올라야 하고, 호랑이가 반드시 노루를 잡아야 하고, 곰이 반드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아간다면, 아마 그런 짐승은 매번 좌절하고 절망해서 지금껏 살아남지도 못했을 겁니다. 한낱 짐승도 좌절 따위 하지 않는데, 우리 인간이 좌절하고 절망해서야 되겠습니까.


결과는 나의 통제권 밖에 있습니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마음과 노력을 지속할 것인가 선택뿐입니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다 보면, 인생은 반드시 나아질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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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 쓰고 나서 읽어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고요. 쓸 때마다 벽을 만나는 것 같고,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큽니다.


속상하고 힘들지만, 저는 제 자신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부족한 글을 쓰는 작가!" 뭐 어떻습니까? 세상에는 부족한 글을 쓰는 작가도 있게 마련이니까요. 술술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들의 멋에 취해 사는 거겠지요. 저는 제 멋에 취하겠습니다. 제 멋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쓰는 것이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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