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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내 글에 관심을 가져 주지 않으면 어쩌나

자기 멍청 두려움

by 글장이


맨 처음 글을 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쓴 글을 스스로 평가하려는 단계를 건너뛰었던 겁니다. 덕분에 글을 막(?) 쓸 수 있었지요. 만약 제가 쓴 글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려 했더라면, 아마 저는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매일 글을 쓰지도 못했을 테고요.


10년간 매일 글을 쓰고, 또 7년간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알게' 되었지요. 글을 쓰는 기본 태도에서부터 약간의 요령, 그리고 퇴고에 필요한 내용들을 공부했습니다. 뭔가 좀 알게 되니까, 글을 쓰는 자체에는 자신감이 붙었지만 또 다른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뻔한 내용을, 이리도 당연한 이야기를, 대체 누가 시간을 내어 읽어 준단 말인가! 한 편의 글을 다 쓰고 나서 읽어 보면, 초등학생도 다 아는 내용인 것 같아서 손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잘 몰랐을 때는 그냥 막 썼는데, 조금 알고 나니까 제가 쓰는 모든 글의 내용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두려움은 다양합니다. 잘 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끝까지 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타인으로부터 비판 받을 것 같은 두려움, 내 이야기를 드러내야 하는 두려움...... 그 중에서도 가장 힘 빠지게 만드는 두려움이 바로 '누가 내 글을 읽어 주기나 할까' 하는 "자기 멍청 두려움"입니다.


"자기 멍청 두려움"은 제가 만들어 낸 말입니다.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여기는 감정이지요. 심할 때는 자기 비난이나 자책, 자괴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세상 뒤로 숨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다양한 두려움을 느꼈지만, 바로 이 "자기 멍청 두려움"이 제 발목을 가장 심하게 잡았습니다. 쓰는 일도 제 업이지만,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제 업이거든요. 극복해야만 했습니다. 글쓰기/책쓰기를 가르친다는 사람이 "자기 멍청 두려움"으로 무너질 수는 없었으니까요.


첫째, '지식의 저주'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성향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아니까 너도 알 것이다, 내가 모르면 너도 모를 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을 지식의 저주락고 합니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지식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 있지요. 감옥에서 맨 처음 글을 쓸 때, 누구 하나 알려 주는 사람 없어서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말도 못 합니다. 기본이라 부르는 그 모든 것들을 저는 하나도 몰랐습니다. 누가 옆에서 한 마디라도 조언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가슴앓이를 했거든요.


저보다 잘난 놈도 많지만, 반대로 저보다 못한 사람도 분명 많습니다. 글쓰기 초보자들도 많고, 어느 정도 쓸 줄 알지만 기본과 핵심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도 많습니다. 저는 김 훈 작가를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이들이 저의 핵심 고객이자 청중이자 독자인 셈이죠. 누구를 위한 글인가? 그것부터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아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꼰대의 말을 듣기 싫어 합니다. 자신도 남의 말 듣기 싫어 하면서, 남을 가르치려 들면 곤란하겠지요. 내가 이렇게 해 보니까 좋더라,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계속 해 보려 한다...... 화살표를 자신에게 돌리면 독자는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셋째, SNS 활동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무조건 책만 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다루는 주제에 대해 블로그에다 정리를 해 보는 것이죠. 해당 포스팅을 읽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과 댓글로 소통하는 것이 더 나은 글을 쓰는 자원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한두 편 글 올려놓고 사람들 반응 살피겠다 덤비면 금방 좌절할 겁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반응을 살피겠습니까.


넷째,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랜 세월 살아왔습니다. 10년도 길고 20년도 깁니다. 그 세월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얼마만큼 일어났을까요.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그 많은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오만방자한 태도지요. '잘났다'는 게 아니라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누군가를 도울 힘이 있습니다. 두려움 따위로 그 힘을 눌러버리는 일 없어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글 쓰는 사람은 '돕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작가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작가는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 글을 씁니다. 작가의 마음에는 늘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두려움에 떠는 작가에게 어떤 독자가 어깨를 기댈 수 있겠습니까. 작가가 무너지면 독자는 살아갈 힘을 잃습니다. 다시 펜 잡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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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멍청 두려움"은 결국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허상입니다. 내가 어떤 글을 쓰든 도움을 받는 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글쓰기는 좋은 점수 받기 위한 시험이 아닙니다. 나의 삶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주는, 그저 선하고 가치 있는 일일 뿐이죠.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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