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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 전에 글 쓰는 방법, "메모"

습관이 먼저다

by 글장이


글 쓰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일에만 전념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요. 종일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머릿속에 '글쓰기'라는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글을 수월하게 쓸 수 있을까요? 네, 당연합니다. 평소 언제 어디에서든 글쓰기 촉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훨씬 수월하게 쓰고, 또 글을 잘 쓰기도 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종일 글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 많은데요.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았을 뿐 누구나 가능합니다. 일상 생활 다 하면서도 글쓰기 감각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메모"입니다.


메모는 나 자신이 쓰는 사람이란 사실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손으로 뭔가를 끄적이는 행동 자체가 작가로서의 기본 태도입니다. 사이비 기자들도 수첩 하나씩은 들고 다닙니다. 하물며 작가 되겠다는 사람이 메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요.


메모는 '잊기 위해' 하는 겁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요. 썩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금방 잊어버리고, 어떤 느낌이나 감정이 생겨도 금새 사라집니다. 손은 제 2의 뇌라고 하지요. 끄적끄적! 자꾸 움직여서 뇌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메모를 하기 위해 별다른 준비는 필요없습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고요. 요즘은 스마트폰에 수도 없이 다양한 메모앱이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쓸 수도 있습니다. 메모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글씨 예쁘게 쓰려는 노력이 오히려 메모 습관을 가로막습니다. 메모는 말 그대로 썼다가 버리는 것이죠. 마구 갈겨써도 됩니다. 글씨 참하게 쓰느라 시간 노력 들이면 오래 못 갑니다. 막 쓰는 게 메모입니다.


둘째, 수첩이든 메모앱이든 도구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본질은 메모입니다. 본질과 도구가 바뀌면 도구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수첩 열 개씩 사가지고 하나도 옳게 안 쓰면, 그게 바보지 작가입니까.


셋째, 메모는 '잘' 쓰는 게 아니라 '아무거나 막' 쓰는 겁니다. 내용 측면입니다. 간혹 메모를 무슨 작품 쓰듯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쓰는 사람 있는데요. 나중에 집에 가서 메모한 것 보면서 글을 쓸 때는 그렇게 하더라도, 일단 메모하는 순간에는 쓰윽 하고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메모하는 습관 키울 수 있습니다.


넷째, 뭐든 했다 하면 적어야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간단하게 소감을 적고, 책을 읽고 나서도 적고, 친구 만나서도 적고, 회의할 때도 적고, 부부싸움 하고 나서도 적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똥 쌀 때도 적고, 지하철 타고 이동할 때도 적고, 밤에 잠들기 전에도 적습니다. 그냥 적습니다. 끄적이는 것이죠.


다섯째, 하루 중에 반드시 '메모를 모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메모만 하고 그 메모를 살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일기 쓰기를 적극 권합니다. 종일 메모한 것을 들여다보며 일기장에다 정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따로 추려내고 별로 쓸모없다 싶은 것들은 버립니다.


초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 쓰는 습관을 만드는 일입니다. 매일 꾸준하게 쓰는 힘이죠. 그런데, 많은 이들이 처음부터 '잘 쓰는 데에만' 노력을 기울입니다. 물리적인 연습량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어떤 일을 잘한다는 건 욕심이며, 불가능한 일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라톤 선수는 매일 꾸준하게 달리기를 하고, 허벅지 근육도 단련하고,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고, 호흡과 컨디션 관리도 철저하게 합니다. 한 가지 일에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다른 일도 병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을 쓰려는 사람이 오직 책만 쓰려고 하면 절대 실력 늘지 않습니다.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일기도 쓰고, 메모도 하고, 습작도 하고, 영화나 독서 리뷰도 하는 등 여러가지 글을 쓰면서 공부하고 연습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죠.


이 모든 글쓰기 습관을 잡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메모입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으며, 효과 또한 확실합니다. 어렵고 힘들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습관이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또한, 메모의 효과가 얼마나 큰 지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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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만 끄적여도 아이디어가 달라집니다. 조금만 정성 쏟으면 글이 확 달라집니다. 오늘부터 메모! 꼭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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