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가지 콕 짚어야 합니다. "책만" 많이 읽는다고 해서, 책을 마구 "읽기만" 해서는 글쓰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잘 쓰기 위한 독서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독서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구 읽는 편이었습니다. 글 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나름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나서야 조금씩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지요.
첫째, '쓰기 위해 읽는다' 작정하고 책을 봐야 합니다. 관심을 갖고 초점을 제대로 맞추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읽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철저하게 '문장 독서'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 초보 독서가들이 '줄거리 독서'를 합니다. 문장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내용만 파악하는 것이죠.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로는 글을 쓰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어로 출발해 문장, 문단, 꼭지, 챕터로 확장되어 나가는 것이 글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꿰뚫으면 글 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문장 독서'를 해야 글이 좋아집니다.
셋째, 발상과 투영과 집필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거나 반론을 펼치게 됩니다. 그런 다음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죠. 그냥은 절대 못 쓸 글을 책을 읽으면 쓸 수가 있습니다. 글은 생각을 쓰는 행위이고, 독서는 그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읽는 족족 요약 또는 정리를 해야 합니다. 저는 머리가 나빠서 책 한 권 다 읽고 나면 앞에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한 꼭지를 읽고 나면 한 줄이라도 다시 떠올려 봅니다. 한 챕터를 읽고 나면 대충이라도 무슨 내용인지 요약합니다. 그런 후에 다음 장을 넘깁니다. 글쓰기는 요약의 확장이며, 요약은 글을 쓰는 동력이 됩니다. 초보 작가들이 글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약과 정리 없이는 글 쓰기 힘듭니다.
다섯째, 꾸준해야 합니다. 하루이틀 책 읽었다고 해서 글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기간보다 더 오래 읽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당장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죽을 때까지 독서하겠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속독 떠올리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속독을 해서 글 잘 쓴다는 사람 있으면 저한테 소개 좀 시켜주세요. 딱 십 분이면 그 사람 입 다물게 만들 자신 있습니다. 독서는 경쟁도 아니고 경주도 아니고 대회도 아닙니다. 차분하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행위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독서 방법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딱 맞는 독서의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좀 전에 제가 속독에 대해 비판했습니다만, 혹시 속독이 자신에게 딱 맞다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각자의 선택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만 듣고 억지로 독서 습관을 바꾸려 드는 것이 더 무모한 짓입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를 위한 독서와 쓰기 위한 독서는 달라야 마땅하겠지요.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독서 방법을 찾아 꾸준히 읽기를 권합니다. 조금만 쓸 줄 알게 되어도 전혀 다른 인생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