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글쓰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공을 들인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by 글장이


"다음 주까지 한 편의 글을 써서 과제로 제출해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요. 대약적인 내용이나 핵심 포인트라도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많은 분들이 제게 하는 질문입니다. 오죽 답답하면 자신의 과제에 대해서까지 물어 보나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애절한 목소리와 표정이 카톡을 뚫고 나올 것 같아서 제 마음까지 시큰합니다.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할 것 같습니까? 미치겠네 진짜. 한 줄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저한테 부탁부터 한다는 것은, 아예 저한테 글을 써달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왜 쉽게 쓰려고 합니까? 왜 거저 먹으려 듭니까!


일단 씁니다. 그리고 고쳐 씁니다. 적어도 이 두 단계는 거친 다음에 저한테 글을 보여주면서 요청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좀 어색한 것 같은데, 대표님 보시기엔 어때요?"

"이 단락을 맨 처음으로 옮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지금처럼 마지막에 두는 게 나을까요?"

"쓰다 보니 주제가 좀 희미해진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임팩트를 주고 싶은데, 무슨 요령이 없을까요?"


질문을 이런 식으로 해야 저와 토론이 가능합니다. 저 아니라 누구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 아니라 어떤 문제라도 똑같습니다. 주체인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일단 해 보고,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마땅하지요.


자신이 먼저 해 본다는 말도 이해를 잘해야 합니다.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노력'을 해야 합니다.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최선을 다 해 본 후에야 타인의 조언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죠.


chatGPT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사용해 보니까 심각한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머리를 굳게 만드는 악성 에너지입니다. chatGPT로 몇 편의 글을 쓴 후에, 제 글을 쓰려고 백지 앞에 앉았더니 머리가 새하얘집니다. 10년간 글 쓰며 살았는데, 순식간에 머리가 굳어버리는 거지요. 무시무시합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무슨 일이든 직접 해 보아야 합니다. 골치가 아플 정도로 생각도 해야 하고, 밤잠 설쳐 가며 고민도 해 봐야 합니다. 땀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실행해 보고, 창밖에 동이 틀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지요. 그런 다음에 조언도 구하고 도움도 청하고 아이디어도 얻는 겁니다.


일단 씁니다. 엉망이겠지요. 다시 고쳐 씁니다. 마음에 안 들 겁니다. 또 다시 고치고 다듬습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고,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 겁니다.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고...... 이게 글쓰기입니다.


글 쓰겠다는 사람이 글 쓰기를 싫어하면 어쩝니까. 작가 되겠다는 사람이 글 쓰기 귀찮아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요. 글 쓰는 삶을 살겠다는 사람이 "고쳐 쓰고 다시 쓰기"를 힘들어하고 한 번에 쭈욱 쓰고 끝내려고 하면, 차라리 코인 투자를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뭐가 됐든 한 번에 싹 다 끝낼 수 있을 테니까요.


차분하게 앉아서 자신의 글을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백지를 마주하면 당연히 막막하지요. '백지의 공포'라는 말은 전 세계 작가들의 공통어입니다. 누구나 빈 종이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초보 작가의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일주일만에 책쓰기, 한 달만에 책쓰기, 열흘만에 1억 벌기, 보름만에 10킬로그램 빼기...... 왜, 밥도 1초만에 먹고 똥도 1초만에 싸지 그럽니까.


건강한 글쓰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쌓아올려야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래 전, 빨리 돈 벌어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덤볐다가 인생 통째로 날렸습니다. 돌아보면, 망할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급함이 가장 문제였지요.


이후 두 번째로 만난 제 인생에서 싹 지워버린 두 글자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빨리"이고, 두 번째는 "잘"입니다. 빨리 하려고 하면 무조건 실패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덤비면 부담과 압박 때문에 지치고 힘듭니다. 엄두조차 나질 않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쌓아올렸습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제대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이언트. 흔들리지 않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절대 뛰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 타면 닫힘 버튼 누르지 않습니다. 중국집 배달 시켜 놓고 독촉 전화 하지 않습니다.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반드시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진 후 느긋하게 꾸역꾸역 씁니다. 이 마지막 부분에서 독자는 틀림없이 뭔가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여기에 온 마음을 쏟아부어야 한다. 적어도 이런 마음으로 글을 매듭짓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내 글이 조금씩이라도 점점 나아지면 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도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래 부르는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가수가 훨씬 매력 있습니다.


빠르고 급한 세상입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입니다. 혼돈의 시대지요.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마치 쫓기듯 하루를 보내다 보니 불행하기까지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글 쓰려는 것 아닌가요? 멈추기 위해 쓰는 삶을 추구하는 것 아닙니까? 혹시 더 빨리 가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하는 건가요? 그럼 잘못 짚었습니다. 다른 길 찾는 게 낫겠습니다. 그런 길이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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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탓입니다. "빨리, 쉽게, 많이"라는 세 단어를 남발하는 탓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게 있는 줄 착각하게 되었지요. 게다가, 자기 중심까지 잃고 살아가다 보니 매번 흔들리고 맙니다. 지금은, "시간과 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입니다. 지금 시간과 정성을 붙잡는 사람이 결국은 승리할 것입니다. 제 삶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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