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게 글 쓰는 법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by 글장이


가수 박상민을 좋아합니다. 마야의 노래도 자주 듣습니다. 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어쩜 이리 노래를 잘 부를까 감탄하게 됩니다. 한때는 저도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마음에 거의 매일 노래방에 다녔던 적 있습니다. 학창 시절이니까 벌써 삼십 년도 더 지났네요. 노래는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때로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노래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찾아 본 가수들은 한결 같이 노래 가사를 정확하게 발음했습니다. 아무래도 음정과 장단이 포함되어 있으니 가사 한 마디 정도 그냥 스윽 희미하게 불러도 될 것 같은데, 볼륨을 높여 들어 보면 가사 글자 하나하나 끝까지 선명하게 발음하고 있습니다.


높은 음이든 낮은 음이든, 단 한 마디 음절도 그냥 대충 넘기는 법이 없습니다. 마치 앞에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걸듯이, 입 모양에 정성과 힘을 기울여 또렷하게 발음하는 것이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에 비해 더 명확한 '전달'이 필요한 도구입니다. 노래 듣는 사람은 가사 좀 놓쳐도 끝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 읽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르면 계속 읽기가 힘들지요.


말하기와 글쓰기는 전달이자 표현입니다. 핵심은 언제나 '내가 무슨 말을 전하려 하는가'입니다. 정확하고 또렷해야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초보 작가들의 글을 읽어 보면, 도통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문장을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적어도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공감을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오늘은 명확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글의 종류에 상관없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 기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첫째, 주제를 한 줄로 적어놓고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헤밍웨이도 낙서부터 하고 글 썼다 합니다. 하루키도 스케치 먼저 하고 나서 글을 썼다 하고요. 조정래, 김 훈, 장석주, 박경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도 쓰기 전에 미리 끄적끄적 메모와 낙서를 한 후에 글 쓴다 합니다.


이제 글 쓰기 시작하는 초보 작가가, 대체 무엇을 믿고 백지 위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걸까요? 어마무시한 용기일까요? 아니면, 작가 코스프레일까요? 제 생각에는 '주제부터 메모하고 정리한 후에 쓴다'는 기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말을 믿고 딱 한 번만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첩이나 빈 종이에 오늘 쓰는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한 줄로 적어 보세요. 그런 다음, 그 한 줄을 계속 곁눈질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죠. 옆길로 새려다가도 얼른 중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둘째, 초보 작가라면 가급적 양괄식 구조로 쓰길 권합니다.


아직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두괄식으로 글을 쓰면 뒤로 갈수록 횡설수설 가능성이 큽니다. 시작할 땐 분명 이런 말을 전하려 했으나, 쓰는 도중에 생각이 흩어져 엉뚱한 결론을 맺게 되는 것이죠.


미괄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무리에만 힘을 주다 보니, 본론과 상관없는 거창한 공자님 말씀으로 매듭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부분 각오, 다짐, 결심, 후회, 목표 등으로 끝납니다. 실제 삶과는 동떨어진, 신뢰 가지 않는 세상 좋은 말로 글을 마치는 것이죠.


양괄식 구조를 권합니다. 한 편의 글을 시작할 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합니다. 글을 마칠 때는, 처음에 썼던 핵심 메시지를 조금 다른 표현으로 다시 정리합니다. 이렇게 앞뒤로 주제문을 장착시키면, 웬만해선 중심 흩어질 리 없습니다.


셋째, '문단'의 기능을 철저히 살려야 합니다.


글 쓰는 단위는 단어에서 시작해 문장, 문단, 한 꼭지, 챕터, 한 권으로 이어집니다. 단어와 문장이 글쓰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초보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문단'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글을 특정 단위로 분류해놓은 걸 문단이라 합니다. 통상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가장 쉽게 이해하려면, 엔터키를 치는 기준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하나의 말 덩어리입니다.


아래 예시는 '비빔밥을 먹었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글의 첫머리에서 핵심 메시지인 비빔밥 먹었다는 얘기를 썼고요. 그 다음부터 김치, 햄, 콩나물에 관한 내용을 적었는데요. 이렇게 각 항목별로 하려는 말이 다를 때, 줄을 바꿔 엔터키를 치면 문단이 구분되는 것입니다. 문단 구분의 기준만 제대로 활용해도 글이 산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김치, 햄, 콩나물을 넣었다. 고추장과 참기름도 뿌렸다. 보기에도 그럴 듯했고, 맛도 기가 막혔다. (문단1)

김치는 홈쇼핑에서 구입한 것이다. 엄마 솜씨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먹을 만했다. (문단2)

햄은 평소에 즐겨 먹던 스팸을 썼다. 그렇게 짜지도 않고, 식감도 괜찮았다. (문단3)

콩나물은 어제 저녁 먹다 남은 걸 몽땅 털었다. 역시 비빔밥에는 콩나물이 들어가야 한다. (문단4)

오늘도 점심 한 끼 든든하게 채웠다. 비빔밥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문단5)


넷째, 중복을 피하고 다양한 표현을 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힘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쓸 때, 힘들었다 힘들었다 힘들었다 문장마다 중복하면 읽기가 싫어집니다. 글 읽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작가라는 사람이 이렇게 성의없이 글을 썼나 화가 날 지경입니다.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듯했다, 잠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흘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발바닥이 시큰거렸다, 어깨가 뻐근했다, 눕고 싶었다, 한 손으로 계속 허리를 주물렀다, 열 시간쯤 푹 잤으면 좋겠다......


힘들었다는 말을 쓰지 않고도 힘들었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는 수많은 표현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작업이 아닙니다. 잠깐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거나, 스마트폰으로 유의어 또는 다른 표현을 조회해 보아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실력이 아니라 정성 문제인 것이죠.


표현이 다양해지면 의미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독자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겠지요.


다섯째,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문법에 맞게 써야 합니다.


글 쓰는 작가가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문법에 맞게 쓰지 못한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른다'는 사실 자체보다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죠.


야구 선수가 글러브 착용할 줄 모르면 어쩝니까. 축구 선수가 그라운드 룰을 모르면 안 되지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눅만 들 게 아니라, 공부하고 익혀서 제대로 쓰겠다는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적확한 단어와 문법을 공부하는 데에는 독서만한 게 없습니다. 읽는 행위는 단어와 문법을 '저절로' 익힐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바꿔 말하면, 단어와 문법에 약한 사람은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봐야겠지요. 매일 한 페이지 이상 꾸준히 책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어휘력과 문법 실력을 갖추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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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 어렵고 힘듭니다. 어렵고 힘들게 한 편 썼는데, 독자가 뭔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 하면 얼마나 기운 빠지겠습니가. 명료함이 생명입니다. 읽는 순간 무슨 소린지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확하게 써야 합니다. 글쓰기 목적이 바로 전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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