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권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맨 처음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잘 써지지 않는 저 자신이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했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무엇으로 정해야 하고, 소재는 어떻게 다뤄야 하며, 구성은 또 무슨 말인지, 문법은 왜 이리도 복잡하고 많은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쇠였지요.
물어 볼 사람도 없었고 배울 기회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독서 뿐이라서 지독하게도 읽었지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해 찾고 또 찾았습니다. 읽고 외우고 적용하고 반복했습니다. 글이 나아졌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제 생각에는 하나도 좋아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글은 생각을 담는 도구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하는 것이 글로 표현되는 것이죠.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보면 그 사람 인생이 보입니다. 잘 쓰고 싶다면, 인생부터 돌아 보아야 합니다.
공감 받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공감할 줄 알아야겠지요. 정작 자신은 다른 사람 이야기에 하나도 공감하지 못하면서, 공감 받기를 원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공감할 줄 알아야 공감 받는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이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공감하는 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껏 살면서 남에게 관심도 없었고 공감도 할 줄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무슨 노하우를 배웠다고 해서 공감 받는 글을 척척 쓸 수가 있을까요?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글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내용을 타인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쉽게, 간단 명료하게, 조리 있게, 명확하게, 도움될 수 있도록' 써야 합니다. 그런데, 평소에 논리도 없고 생각도 부족하고 전달력도 모자라던 사람이 무슨 비법을 배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똑 부러지는 글을 쓸 수가 있는 걸까요?
익숙지 않은 일에 도전해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건 인정합니다. 무엇이든 배우고 익혀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고, 또 그러기 쉬운 세상이 되었지요. 허나,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사람의 습성이나 태도까지 금방 바꾸지는 못합니다.
글에는 그 사람의 성향이나 생활 태도가 그대로 담기게 마련이지요. 허구헌날 술을 퍼마시는 사람이 건강에 대한 글을 쓴다면 어떤 독자가 믿고 읽겠습니까. 입만 열면 투덜거리는 사람이 긍정의 메시지를 그럴 듯하게 쓴다고 해서 누가 마음을 열고 읽겠는가 이 말입니다.
글쓰기/책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책 한 권 쓰려면 얼마나 걸려요?"
작정하고 글만 쓰면 하루아침에도 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책을 출간하는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 아닐까요? 성장에 관한 책을 쓰겠다면, 적어도 작가 자신이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철학과 가치관은 하루이틀만에 쌓이는 게 아니지요. 확고하다면 조금 수월하게 쓸 수 있을테고, 그렇지 않다면 생각 정리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글쓰기/책쓰기 코치이자 강사입니다. 매월 강의를 진행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모집하는 것이 저한테도 중요한 문제겠지요. 하지만, 사람을 많이 모으기 위해 달콤한 말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 벌기 위해서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거짓으로 살다가 인생 몽땅 날렸고 그토록 참혹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 또 어떻게 진실과 다른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수강생 조금 덜 받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일주일만에 책 한 권? 열흘만에 책쓰기? 빨리 쓰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 얼마나 진정성 있는 내용이 담겨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설령 진실한 책을 빨리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지요. 로또 당첨을 일반화해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시간! 그렇습니다. 시간을 허락해야 합니다. 속전속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뚝딱 해치운다는 사고방식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삶 속에 '묵묵히', '꾸역꾸역', '우직하게', '꾸준히', '차근차근' 따위의 말들이 깊이 자리 잡아야 할 때입니다.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되고, 성공을 향한 욕망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추구하는 것은 마땅치 않겠지요. 차곡차곡 쌓아올려야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7년 전에 블로그 시작했습니다. 2016년 1월 4일. 날짜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주변 이웃 중에는 큰 성공을 거두거나 소위 잘나간다 하는 분들 많았거든요. 불과 7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들 중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쩌다 연락이 닿은 분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사는 게 형편없다고 합니다.
반짝 성공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그것보다 더 못한 인생을 가져다줍니다. 월 천만 원 벌게 되면 그 후로는 매월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월천'을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매월천'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비법과 묘법과 지름길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면 반짝 성공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건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해 묻는 사람 많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지요. 글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몸 만드는 기간을 묻습니다. 영어 단어 하나 외우지 않는 사람들이 원어민 되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묻지요.
시간에 대한 강박이나 조급증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본질을 먼저 추구하고 그 후에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조건 '빨리'만 외쳐서는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없습니다.
책 한 권을 출간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지금 글 한편을 쓰는 것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오늘 행복하게 글을 쓰면 결국 행복한 작가가 되는 것이죠. 오늘 힘들고 어렵게 글을 쓰면 힘들고 어려운 작가가 되는 겁니다. 핵심은 오늘과 지금에 있다는 뜻입니다.
너무 급합니다. 너무 서두릅니다. 조금만 천천히, 하루 한 번이라도 멈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