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가
새벽 5시 40분. 회사 버스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밤 11시. 막차를 타고 퇴근했습니다. 주말에도 근무했고, 일요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회사에 나가는 경우 많았습니다. 직장 상사와 동료들은 저를 보며 "참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요. 인정과 칭찬 속에서, 저는 매일 멈추지 않고 전력질주를 했습니다.
어느 날, 친한 친구 한 명이 제게 묻더군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냐고 구박을 주었습니다. 인생, 당연히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친구가 아직 철이 없고 인생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묻는 그 친구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할 수 있어야 했다는 사실을요. 저는 지금도 그 시절의 제가 왜 그리 매일 달렸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왜 열심히 사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말은 어디로 향해 뛰고 있는가 설명할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제 삶에는 방향이란 게 없었던 거지요.
오직 돈만 보고 뛰었습니다. 본질도 가치도 의미도 없었지요. 그저 돈 많이 버는 것이 전부라고 여겼습니다. 인생? 뭐 그런 것에 신경을 쓰려면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죽기살기로 달리고 나서, 돈을 좀 많이 모으고 나면, 그 때 가서 인생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저는 낭떠러지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던 셈입니다. 인생에서 방향을 잃는다는 건 그만큼 심각하고 치명적인 일입니다. 지금 제 주변을 돌아보면, 과거의 제 모습과 같이 아무런 목표나 방향 없이 무작정 남들 뛰니까 같이 뛰고 있는 사람들 넘쳐납니다.
붙잡고 서서 묻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뜁니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습니까?"라고 말이죠. 그 많은 사람들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아마 대부분은 저처럼 무작정 뛰고 있을 겁니다.
열심히 산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단 한 번뿐인 주어진 인생, 최선을 다해 존재 가치를 발현해야 마땅하지요. 허나, 남들이 돈, 돈 하니까 나도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당장 바꿔야 합니다. 남들이 글쓰기/책쓰기 하니까 나도 쓰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남들이 SNS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지요.
줏대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중심이 똑바로 서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분명해야 합니다. 얼마나 빨리 뛰고 있는가보다 어디를 향해 뛰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방향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전력질주를 하면, 내가 바라지 않는 목표 지점에 빨리 도착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중요하지도 않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잘하게 될 뿐이죠. 돈도 벌고 목표도 이루겠지만 허망하기 짝이 없는 삶이 되고 말 겁니다.
첫째, 시간을 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래서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다가 잠깐 생각할 문제가 아니고요. 매일 꾸준히, 깊이 있게 생각하여 결정할 문제입니다.
둘째, 그냥 툭 나오는 답변 말고 더 깊이 들어가서 찾아야 합니다.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가? 어떤 인생을 만들고 싶은가? 차원 높은 질문에 후회 없을 답변을 찾아내야 한다는 거지요. 메모하고 낙서하고 기록하면서 섬세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정했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전력질주 해야 합니다. 아마도 주변에서는 딴지를 걸 겁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방향이 틀렸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귀 딱 닫고 앞만 보며 나아가야 합니다.
넷째, 반드시 멈춰 서서 확인해야 합니다.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은 맞는지, 뭔가 잘 돌아가지 않는 부분 있는지. 멈추고 확인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사람은,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항로를 체크하지 않는 파일럿과 같습니다. 0.1도의 방향 오류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킵니다.
다섯째, 셀프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은 유혹 투성이입니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납니다. 똑똑한 사람도 많고, 대단한 정보도 많고, 간섭하는 인간도 많습니다. 자칫하면 세상의 말과 글에 휩쓸리게 됩니다. 중심 잘 잡고, 자신에게 부족하고 모자란 것들만 하나씩 챙겨 가면서 자기만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하루에도 골백 번 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더 빨리! 더 빨리! 그리고 다음 일! 또 더 빨리! 그렇게 하루를 다 보내고 나면, 쉬는 게 아니라 내일 일을 체크합니다. 내일은 또 얼마나 더 빨리 달릴 것인가.
시계 보지 말고 나침반 봐야 합니다. 속도 체크할 시간에 방향 점검해야 합니다. '글 쓰고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왕이면 사람들한테 도움 되는 글을 써야겠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을 돕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정했고요. 지금은 '사람을 돕는 존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별 차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사실은 생각의 크기가 엄청나게 변한 겁니다. 생각을 키우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부터 저는 수강생과 독자의 수에 별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거든요. 내 강의를 듣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도, 저는 그 사람을 돕기만 하면 되고요. 제 글과 책을 읽는 독자가 단 한 명뿐이라 하더라도 저는 그 사람을 돕는 글만 쓰면 되니까요.
빨리 쓰려고만 하고 잘 쓰려고만 합니다. 무엇을 위해 쓰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수강생 많이 모집하고 돈 많이 벌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무엇을 위해 강의하는가 본질과 가치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 드뭅니다.
책 빨리 쓰고 돈 많이 벌면 무엇이 됐든 인생 좋아질 거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과거의 제 모습과 같습니다. 방향 없이 속도만 올리는 거지요. 눈 크게 뜨고 앞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일 막을 수 있습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열차에 탑승해 있으면서 부산으로 가는지 광주로 가는지 모르고 있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상황이겠습니까. 배 타고 태평양 건너고 있으면서 도착지가 어딘지 모르고 있다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이겠습니까.
되는 대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지워야만 인생 좋아집니다. '빨리'를 '제대로'로 바꾸어야 삶이 풍성해집니다. 오늘 반드시 멈추기를 바랍니다. 왜,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꼭 한 번 점검해 보기를 권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