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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만 집중해도 책 한 권 쓸 수 있다

오늘, 그리고 지금

by 글장이


한밤중에 운전해 본 적 있나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켭니다. 전방 50~100미터 정도 겨우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상태로 운전을 시작합니다. 어떤가요? 불과 100미터 전방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든 갈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지점에서 서울까지, 전체를 다 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목표와 계획을 세웁니다. 내가 가야 할 최종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에는 무얼 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오늘, 지금 해야 할 일에만 몰입해야 합니다. 어차피 "지금~목적지" 전체를 볼 수는 없습니다. 전방 100미터만 주시하면서, 오늘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면 반드시 목적지에 닿을 수 있습니다.


전체를 보는 눈은 중요합니다. 통찰력이라 하지요. 숲을 본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퍼즐 맞출 때도 전체 그림 윤곽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전체를 잠시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목표와 계획을 세울 때는 숲을 봐야 하지만, 실행할 때는 나무에 집중해야 합니다.


초보 작가들이 책 쓰는 모습을 지켜 보면, 지나칠 정도로 숲에 연연하는 경우 많습니다. 책 한 권을 쓰려면 약 40개 꼭지, 100페이지에 육박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요. 그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머릿속에 펼쳐놓고 글을 쓰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A4용지 1.5매짜리 한 편의 글조차 산으로 가는 경우 허다한데, 어떻게 마흔 편의 글을 몽땅 입력해서 쓰겠다는 말입니까.


기획 단계에서는 책 전체 주제와 흐름, 목차와 구성 따위를 선명하게 그려야 마땅합니다. 이 책이 독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신중하게 고려하고 결단 내려야 합니다. 아름다운 숲 하나를 창조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일단 집필에 들어갔다 하면 그 때부터는 "오늘 쓰는 한 편의 글에만"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어제 쓴 글, 내일 쓸 글, 책 전체 흐름, 구성 따위는 철저하게 잊어버리고, 오직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제만 생각하는 것이죠. 흐름이 깨진다? 맥이 통하지 않는다? 원래 초고는 흐름 깨지고 맥락 안 통하는 겁니다. 누가 초고부터 흐름과 맥락을 잡습니까.


오늘 쓰는 한 편의 글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 새 왜관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그러다 대전 지날 테고요. 무조건 서울 도착할 수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잡고, 등산로 확인한 다음, 그 때부터는 한 걸음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치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완등할 수 있는 것이죠.


멀리 보는 습관은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멀리만 보는 습관은 최악입니다. 오늘과 지금에 집중하다가, 잠시 차를 멈춰 심호흡도 하고 목적지 확인도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차에 오르면 또 오늘 쓰는 한 편의 글에만 몰입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목적지까지 이를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꾸만 멀리 보려 하고 목적지 보려 하고 숲을 보려 하는 걸까요?


첫째,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 겁니다. 빨리 목적지에 이르고 싶은 욕구 때문이죠. 어디까지 왔나, 얼마만큼 남았나, 앞으로 얼마를 더 가야 하나...... 조급한 마음 때문에 자꾸만 지도를 펼쳐 보게 됩니다.


둘째, 하기 싫어서 그렇습니다. 글 쓰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우면, 굳이 도착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이유가 없겠지요. 지루하고 짜증나니까 자꾸만 확인하는 겁니다.


셋째, 본질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글 쓰는 삶에 뜻을 두지 않고, 돈벌이에만 마음이 가 있으니 쓰는 시간 자체가 고역일 수밖에요. 빨리 써서 돈 벌고 성공해야 한다는 욕망이 쓰는 과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겁니다.


넷째, SNS와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집중력이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몰입하고 집중하는 힘이 필요한데요.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시선과 관심을 딴 곳으로 빼앗기니까 효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딱 끊어내는 결단력이 필요하겠지요.


다섯째, 매듭짓는 습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을 벌여놓기만 하고, 하나씩 끝내지를 못합니다. 멋지게 끝내주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최종 결과물은 하나도 없고, 전부 다 걸쳐 놓은 상태로 질질 끄는 것이지요. 한 가지라도 끝내야 합니다. 한 꼭지라도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불완전하더라도 완성품을 내놓는 습관 들여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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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보는 습관 중요하다 했습니다. 허나, 전체만 보려는 습성은 최악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매듭지어 나아가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목적지에 이르는 최선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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