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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글 쓰기를 힘들게 만든다

자유롭게, 당당하게, 솔직하게

by 글장이


평생 그림 한 번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당장 한 점의 그림을 그려서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첫째, 멋진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고자 한다. 둘째, 내가 그릴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그린다. 셋째, 그냥 포기하고 그리지 않는다.


첫 번째 경우를 선택한다면, 아마 머리 다 빠질 겁니다. 우울하고 괴로울 테지요. '잘 그리지 못하는데 잘 그리려 하니까', 자신의 실력이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잘 그린다'는 개념 자체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애만 쓴다는 사실이지요. 그림도 못그리고 스트레스만 받아서 힘들고 피곤한 날들을 보내게 될 겁니다.


두 번째 경우를 선택한다면, 그래도 제법 그림 그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리든, 초등학생 수준의 그림을 그리든, 어쨌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내 수준에 맞게 그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사람들이 비웃을 거라고요? 글쎄요. 본인은 초보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비웃나요? 저 같으면 응원해줄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마음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을 테고요.


세 번째 경우는 어떠할까요? 그냥 포기. 아예 그림 그리려는 의지 자체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도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예 관심 없는 일이라면 모를까, 막연하게나마 꿈과 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포기'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무대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반드시 '잘' 불러야만 합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막 불러도 됩니다. 내가 즐겁고, 듣는 사람이 흥겹고, 함께 어우러져 최선을 다해 부르는 걸로 충분하지요.


춤은 어떻습니까? 근사하게 탱고라도 춰야만 합니까? 아니죠. 그냥 막춤이라도 괜찮습니다. 아니, 훌륭합니다. 내가 신나고 관객이 즐거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요.


그림을 잘 그리고 싶고, 노래를 잘 부르고 싶고, 춤을 잘 추고 싶다면,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하면 됩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아마추어'로 살아야 하지요. 아마추어의 특권이 뭘까요? 자기 수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넘어지고 실수하고 부족해도 그저 신나게 즐기는 게 바로 아마추어입니다.


배우지도 않고 연습하지도 않고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멋진 글을 쓰겠다는 강박과 욕구만 가진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글쓰기 공부를 한 적 없는 사람이, 무조건 책만 내겠다는 욕심으로 억지로 글을 쓰면 당연히 수준 이하의 글밖에 나올 수가 없는 것이지요.


문장력 좀 부족해도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글이 있습니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저 자기 경험과 지혜를 신나게 쏟아놓은 글입니다.


실력 없는 사람이 무조건 '잘 쓰겠다'는 마음만 갖고 쓰려 하니까, 쓰는 시간이 매번 고통스럽고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겁니다.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은 가장 먼저 쓰는 행위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피아니스트가 되고, 스케이트 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제 2의 김연아가 되는 거겠지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억지로 억지로 하니까, 글에서 억지로 썼다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겁니다.


왜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제대로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한 사람이라면,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허나, 배운 적도 없고 공부도 하지 않고 글을 써 본 적도 별로 없는 사람이 대체 왜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결국은 남들한테 잘 보이고 인정 받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어머! 대단해요! 멋져요!"

이 말이 그렇게 듣고 싶은 건가요? 질문을 한 번 바꿔 보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누가 읽을까요? 당연히 대중이 읽겠지요. 무슨 전문 비평가들이 우리 글을 읽을 확률은 대단히 적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요. 글을 보는 눈이나 글을 쓰는 능력이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쓰고 읽는다는 뜻입니다. 그들의 비난에 주눅들 필요도 없고, 그들의 칭찬에 휘둘릴 이유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인정과 칭찬은 순간적인 만족과 기쁨을 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한 번 돌이켜보세요. 살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인정 받은 적이 분명 있을 텐데요. 정확히 생각나는 게 별로 없을 겁니다.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오래 가지 않습니다. 연기처럼 흩어질 찰나의 만족과 기쁨을 위해 오랜 시간 고생하고 마음 쓰는 게 아깝지 않습니까.


타인의 비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남이 써 놓은 글을 비판만 하는 것이죠. 그들이 글을 제대로 볼 줄이나 아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냥 자기 마음 대로 헐뜯고 흠 잡는 것뿐입니다.


남한테 안 좋은 소리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이 또한 일시적 현상입니다. 오늘 하루 "에잇! X팔!" 하고는 내일부터 또 다른 도전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 가면 또 다른 사람 비난하고 다닐 겁니다. 정작 자기 인생은 챙기지도 못하면서 남들 붙잡고 시비만 거는 존재들이죠.


소중한 내 인생입니다. 왜 그런 형편없는 인간들 때문에 에너지 낭비하면서 살아야 합니까.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한테 '좋아요' 많이 받아서 어디다 쓰려고 그럽니까. 약해빠진 정신 상태 싹 갈아치우고, 당당하게 자기만의 글을 신나게 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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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세요. 잘 써야 한다는 압박 따위 벗어던지세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세요. 다 쓰고 나면 다시 읽어 보면서 좀 이상하고 어색하다 싶은 부분 정성껏 고쳐 쓰세요. 이런 작업을 2~3회 반복합니다. 그럼 충분합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읽는 사람에게도 행복이 전해집니다. 많이 쓰고, 공부하고, 여러 번 고쳐 쓰고. 그러면서 당당하고 유쾌하게 쓰고. 이러면 점점 글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도 점점 좋아질 테고요. 멋지지 않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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