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증거
노력과 가능성
"행복합니까?" 라고 묻기도 하고, "행복해 보인다."며 말을 건네기도 한다. 네, 행복합니다! 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과거에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요즘은 무엇 하나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고 답변한다.
하는 일도 잘 되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고, 내 삶에 만족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삶을 만나게 되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고 즐겁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나는 꿈을 이룬 걸까? 많은 걸 이루었지만 전부를 이룬 건 아닌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죽기 전에 그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한데. 자신이 바라는 바를 모두 이루었을 때 행복하다 말하면 이해가 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면, 아직 꿈을 다 이루지도 못한 내가 어떻게 이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결론은 명쾌하다. 행복은 '종결'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과정'에서 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이루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한 것.
'나아가고 있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다. 노력과 가능성이다. 먼저 노력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 나는 오직 결과만을 바라보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오늘 어떤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나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고 사랑하고 아낀다. 노력은 그 자체로서 가치 있고 아름다운 행위다. 주어진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살다니, 얼마나 대견한가!
가능성은 희망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내일 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이것보다 더 힘 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금수저들한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소중한 가치. 삶을 조각하고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능성이 있기에 노력해야 하고, 노력함으로써 가능성이 생긴다. 가만히 있으면 꿈을 이룰 확률은 제로지만, 뭔가 하기 시작하면 확률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 확률이 10이나 20쯤 되겠지만, 꾸준히 반복하고 지속하면 60이나 70을 넘어서게 된다.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 점점 더 노력하게 되고, 결국은 매 순간 웃을 수 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말. 사실 우리는 이 말에 너무도 익숙하다. 문장을 읽었을 때 아! 하고 감탄이 나와야 자극이 되고 동기 부여가 될 텐데.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깝다. 나는 당연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당연하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시대를 초월하여 강조했다는 뜻일 테니. 어쩌면 삶의 진리는 대부분 당연한 소리에 담겨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행복한 이유는 모든 꿈을 다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노력함으로써 꿈을 이룰 가능성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나도 멋있고, 내 인생도 멋있다. 이렇게 스스로 자뻑하니 자존감 팍팍 올라가고, 자존감 상승하니 또 행복하다.
봄비가 제법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에는 빚쟁이들 독촉이 조금 덜 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 베란다에 서서 봄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잘 견디었다. 잘 버티었다. 오늘 또 한 걸음 나아간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