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혼자라서 다행이다

선택적 고독에 관하여

by 글장이


학창시절,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당구 치고 술 마신 적 많았다. 대학교 때에는 수업을 빼먹고 캠퍼스 돌아다니며 '놀기'에 열중하기도 했었다. 젊은 날의 낭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 많이 든다.


시험 기간에도 공부는 하지 않고 친구들과 싸돌아다니길 좋아했는데, 적어도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내 자신에 대한 불안함이나 염려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함께'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 주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말, 조금의 과장도 없는 진실이다. 사람 덕분에 살았다.


하지만, '함께'가 해로울 때도 있다. 바로 위와 같은 때이다. 무리지어 다니면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첫째, 무리지어 다니면 그들의 평균값이 '나'인줄 착각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인생, 나의 꿈, 뭐 이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다. 같이 놀고 같이 떠드는 동안 나는 '내'가 아니라 '무리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서로가 서로에게 '잘 보이려' 애쓰기 때문에 진짜 내 모습을 감추기 바쁘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만큼 힘들고 지친 인생 없다.


셋째,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모두의 실력'을 '내 실력'이라고 착각하고 노력을 게을리할 때가 잦다. 자신만의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생각보다 얕은 수준에 스스로 실망하고 만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혼자다. 책 읽는 동안에도 오롯이 혼자다. 나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선택적 고독이다. 바로 이 시간이야말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이라는 걸 깊이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더 개발해야 할 삶의 무기는 무엇인가? 어떤 공부를 할 것이며, 무엇에 보람 느끼는가? 이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할 수 있고, 또 아주 가끔은 제대로 된 답을 찾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환한 곳에서 거울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머리 손질도 제대로 했고 꽤 잘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환한 곳에서 거울을 보면 머리가 헝클어져 있기도 하고 얼굴에 뭐가 묻어 있기도 하고 옷 매무새가 엉망일 때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바로 혼자만의 시간이다.


때로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하길 두려워한다. 자신을 믿는 마음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과거 상처와 아픔을 돌이키기 힘들어서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언제 어디에 서 있더라도 우리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따위의 수식어를 밝히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직시한 덕분에 다음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다. 현재의 성적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얘기다.


이렇게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면, 한 가지 진실을 알게 된다. '나'라는 존재가 꽤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예쁘고 기특하다는 생각 품게 된다. 자존감은 특별한 게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 아울러,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타인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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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철저하게 외로워 보려 한다. 나는 어디에 있으며, 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인가.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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