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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Sep 11. 2023

나는 나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


아파트 주차장은 넓지 않습니다. 물리적 면적이 좁다는 뜻이 아니라, 주차장 구획보다 차가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집집마다 차가 한 대씩 있고, 때로 두 대 또는 세 대씩 가지고 있는 집도 많습니다. 관리실에서 엄격하게 확인하고 주차 허가 스티커를 발부하지만, 그럼에도 공간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금요일 밤이나 일요일 밤에는 이른 저녁부터 빈 자리가 없습니다. 주말을 앞두고 일찌감지 귀가하는 사람 많고,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찍 집에서 쉬는 사람도 많은 탓이겠지요. 온라인 강의는 집에서 가까운 개인 사무실에서 진행하니까 차를 이용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방에 다녀오는 경우에는 주차 공간 때문에 애를 먹습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금요일 밤 늦게 귀가해서 주차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놓은 채로 '가로주차'를 했지요. 다음 날 아침 일찍 차를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오후쯤 생각이 나서 주차장에 내려갔더니, 제 차 앞유리에 누군가 쪽지를 적어 올려두었더군요.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차 좀 일찍 빼세요!"


어제 아침에 급한 볼일이 있어서 아버지 모시고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우리 차 앞에 두 대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네요. 브레이크를 풀어놓긴 했지만, 한 대만 대야 하는 공간에 두 대를 대놓고 있으니 밀고 당기고 할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운전석 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둘 다 받지 않습니다. 마음은 급하고 차를 뺄 방법은 없어서 애가 탔지요. 결국은 관리소에 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차량 번호를 조회한 후 해당 세대로 인터폰을 하고서야 겨우 연락이 닿았습니다.


느긋한 걸음걸이로 내려온 두 사람은 별 일도 아니란 듯이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한 마디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요일 아침부터 사람을 깨우고 난리라는 표정과 말투였지요. 어이가 없었지만, 갈 길이 급해서 서둘러 아버지 모시고 출발했습니다.


내가 피해를 줄 때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내가 피해를 당할 때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살면서 피해를 주기만 하는 사람도 없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피해를 당하기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입니다.


피해를 당했을 때는, 내가 피해를 준 때를 생각해야 하고요. 피해를 주었을 때는, 내가 피해를 당했을 때 심정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극도의 분노나 다툼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지요. 피해를 당하면, 자신이 예전에 피해를 주었을 때 얼마나 손해를 보았는지 떠올립니다.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책임을 덜 지려고 머리를 굴립니다.


접촉사고를 '당하면' 목부터 잡고 내리면서 피해를 '최대화' 하려고 노력하고요. 접촉사고를 '내면' 어떻게든 책임을 '최소화' 하려고 애씁니다. 당한 사람은 "죽겠다" 하고, 피해 준 사람은 "별일 아니다" 하니까 갈등과 싸움이 날 수밖에요.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가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누군가의 한 마디는 밤새도록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준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받은 건 부풀리고 또 부풀리는 것이죠.


귀한 정성과 선물을 이렇게 여겨야 합니다. 선물 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선물 받은 것은 부풀리고 또 부풀리는 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는 그 반대로 해야 합니다. 상처를 받았을 땐, "그럴 수도 있다. 내가 무슨 오해를 했겠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오죽했겠는가." 생각해야 하고요. 아픔을 주었을 땐, "내가 생각 없이 한 말이 그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짚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공자님 말씀 하는 것 같지요? 저도 이렇게 하기 힘들고, 또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받은 상처는 최대한 빨리 씻으려 하고, 준 상처는 어떻게든 사과하고 용서를 받으려 애씁니다. 속상하고 힘든 일 매일 생깁니다. 예전 같았으면, 성질대로 했으면, 벌써 여러 사람과 갈등과 마찰 빚고 자이언트 엉망이 되었을 겁니다. 나름 노력하고 애쓴 덕분에 열 개 중 서너 개는 슬기롭고 현명하게 넘기며 살아가게 되었지요.


순간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대로 나 자신을 방치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감정 덕분에 생존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불행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나'란 존재가 "당할 때는 분하고 줄 때는 태연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줄 알아야 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냥 되는 대로 방치해두면 수시로 일을 그르치고 사람 관계도 삐뚤어지게 마련이지요.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른 선택과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화를 내고 나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됩니다. 용서와 아량으로 상대를 대하면 마음 훈훈하지요. 모두가 경험하면서도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불편하고 괴로운 상황을 만들어버립니다. 이제는 조금만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방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입니다. 저는 많은 시간을 잃은 경험도 있습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며 불편하고 불행한 시간 가질 때마다 그런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 지울 수가 없습니다.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는 얘기죠. 내쪽에서 먼저 속도를 줄이면,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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