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되는 삶에 관하여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돈은 인생에 꼭 필요한 도구입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야만 하는 것들을 구입하고, 원하고 바라는 것들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SNS를 보면, 돈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나 부자 되는 법 따위 광고가 수도 없이 나옵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마치 죄악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겠지요. 허나, 현실에서는 삶의 무게에 지쳐 행복이란 단어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것이 과연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일까요?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왕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해서 인생 점수 낙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 테지요.
꿈과 목표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입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꿈과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삶의 목적과 방향성이지요. 꿈과 목표를 선명하게 가진 사람은 중도 포기하는 일도 없고 긍정적이며 밝은 에너지를 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꿈과 목표를 갖지 못한 사람도 분명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잘못된' 인생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요.
모처럼 아들과 대중목욕탕 가서 사우나 실컷 즐기고 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만 목욕하다가, 아들 데리고 서로 등 밀어주며 공중목욕탕 다녀온 게 거의 4년만입니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쫘악 풀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피로가 풀려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지더군요.
30분 정도 낮잠을 잤습니다. 거의 실신한 정도로 깊이 잠에 빠졌다 일어났지요. 저는 매일 할 일을 20분 단위까지 쪼개어 촘촘하게 계획해둡니다. 예정에도 없던 낮잠을 30분씩이나 잔 탓에 오후 일정이 모두 뒤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순간 짜증이 확 났습니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병적으로 일어난 겁니다.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 넘게까지 숨 쉴틈 없이 일했습니다. 겨우 일정을 맞추었지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천무" 준비를 하고 모니터 앞에서 수강생들을 기다렸습니다. 가만히 있으니 문득 깨달음이 오더군요. 30분 낮잠 잘 수도 있고, 일정이 뒤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정에도 없던 일이 생겼을 때 나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가 하는 겁니다.
돈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적어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행복한가 불행한가 따질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자책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꿈과 목표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꿈과 목표가 없어도 웃을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계획 대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획이 어긋났을 때에도 자신을 질책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인생에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없습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불행한 이유는 우물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물 안에 있는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는 개구리의 태도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하지 않다 여겨져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며, 꿈과 목표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나'의 마음과 태도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계획이 어긋낫다는 이유로 오후 내내 조급한 마음으로 쫓기든 일한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30분 동안 낮잠을 잔 내가 마치 무슨 문제라도 있는 사람처럼 취급한 잠시 동안의 저의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열심히 사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항상 병행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 올라도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상황을 수습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에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잃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