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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09. 2023

두 얼굴로 살아가는 기쁨

태양과 잡초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상사 앞에서는 아첨을 떨면서 돌아서면 흉을 보는 사람을 들 수 있겠지요. 굳이 상사가 아니더라도, 눈앞에서는 온갖 좋은 말 늘어놓으면서 뒤에서는 남의 험담만 일삼는 사람들 딱 꼴보기 싫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철저한 두 얼굴로 살아갑니다. 덕분에 마음 평온하게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성장했고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두 모습은 태양과 잡초입니다. 


목표 세우고 도전할 때는 태양이 됩니다. 세상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최선을 다합니다. 신이 납니다. 제가 대단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마구 힘이 솟습니다. 반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잡초가 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내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개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수긍이 되고, 분노와 원망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일을 많이 합니다. 평소에 하던 글쓰기와 독서 그대로 하면서 장도 보고 전도 부치고 손님 접대도 합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만능 재주꾼이고, 척척박사이고, 없으면 안 될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죠. 


그렇게 뼈빠지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누구 하나 인정해주는 사람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잡초 모드로 변경합니다. 평범한 존재. 하루하루 살아가는 개인으로 돌아가면, 딱히 누군가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주제 잡고 글 쓸 때는 세계적인 거장이 됩니다. 어떤 글이라도 쓸 수 있고, 논리 정연하며, 스토리텔링 능숙한 최고의 작가가 되는 것이죠. 쓰는 동안 행복하고, 머리도 팍팍 잘 돌아갑니다. 출간 후 반응이 시원찮으면, '작은 나'로 생각을 바꿉니다. 남들과 다를 바 없은 평범한 존재. 부지런히 노력은 하지만, 아직은 성공을 이루지 못한 개인으로 여깁니다. 좌절과 절망 따위 하지 않게 됩니다. 


일관성을 강조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한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루만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온갖 감정에 휘둘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착한 아이로, 때로는 헐크로, 때로는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흥분하고, 때로는 세상 얌전한 사람으로......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살아갑니다.


애초에 일관성이 불가능한 거였다면, 차라리 두 개의 명확한 얼굴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의도적인 변신을 하면서 사는 것이 훨씬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에 치우쳐 살면 '끌려다니는' 인생이 되지만, 내 모습을 스스로 선택해서 살면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평생을 태양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잡초로만 살아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필요할 때 마땅한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도 썩 괜찮은 처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저는, 아주 작은 감정에도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었거든요. 기분 좋게 웃다가도 순간 욱하는 감정 때문에 분위기를 망치고, 즐겁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태양과 잡초 모드를 선택함으로써 주도적인 인생을 만들 수 있었고 큰 도움 받았습니다.


감정은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나치게 기고만장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을 깔보는 성향으로 이어져 관계를 망칠 수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에 관대하지 못해 좌절과 절망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을 초라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은 어떤 일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며, 망설이고 주저하는 성향 때문에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극단의 감정은 항상 어떤 문제를 야기합니다. 


별일이 다 생기는 게 우리 삶이지요. 매 순간 그에 맞는 모습을 찾아 발현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두 개 정도의 페르소나를 장착하여 때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면 상당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감이 필요할 땐 태양이 되십시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앞에서는 잡초가 되어 보세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길 겁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향과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옳고 그름이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 싸우고 갈등하며 살아가지요. 마음이 참 힘듭니다.  가끔은, 이렇게 마음 고생 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당장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사흘만 지나면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일 때문에 상처 받고 아파하는 나 자신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때로는 태양처럼 거칠 것 없이, 때로는 잡초처럼 낮은 마음으로. 백만 가지 마음 중에 두 개만이라도 손에 쥐고 살아가려 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석'하고 풀어내는 것이 인생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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