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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5. 2023

상처 받지 않으려면, 상처에 익숙해지기

상처도 콘텐츠다


글 쓰고 출간하고 강의하면서 상처 많이 받았습니다. 저한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언젠가 다른 경로를 통해 더 큰 상처를 받게 될 겁니다. 그 때 가서 저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떠올리지 못해도 그만이고요. 아무튼 저는, 상처를 꽤 많이 받았고, 또 그런 상처 때문에 절망과 좌절도 수없이 겪었습니다. 이제는 상처가 곱배기로 와도 저한테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습니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는 견디기 힘들고 아픕니다.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상처는 약도 없습니다. 일상의 루틴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도 기억할 때마다 쓰립니다. 상처 입은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소주를 마시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이지요. 순간적으로 위로가 되긴 하지만,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특정한 한 사람으로부터만 상처를 받는다면 그나마 면역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인생은 또 그렇지 않거든요.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뒤통수 치는 인간은 꼭 있게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아군으로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맞춰 가며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제 경험 몇 가지를 공유해 봅니다. 도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원칙과 룰을 정해야 합니다. 상황이나 환경에 맞춰 그 때 그 때 판단하고 행동하다 보면 남들 눈에 쉽고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나름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고, 예외를 두지 않는 단호함을 보이면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줄어들 겁니다. 


둘째, 사람에게 집착하는 성향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끈끈한 우정, 의리, 배려" 등의 본보기가 잘못 전달된 탓입니다. 그런 이상적인 관계만 상상하다가 냉정한 현실을 만나니까 상처를 더 크게 받는 겁니다. 고슴도치 관계라 하지요. 적정한 거리를 두세요. 간 쓸개 다 빼주고 배신 당하는 건, 다 빼준 사람 잘못도 큰 법입니다. 


셋째, 줄 때는 빤스까지 벗고 확실하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돌려받을 생각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다면 애초부터 주지 않는 게 맞고요. 도와주기로 결정했다면, 보답 받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백날 한탄해 봐야 소용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 "그럴 수 있습니다."


넷째, 무슨 일이든 많이 하면 익숙해집니다. 거절 많이 받으면 거절에 익숙해지고, 상처 많이 받으면 상처에 익숙해집니다. 거절 받지 않으려고 몸 사리면 성장도 못 하고요. 상처 받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면 작은 상처 한 방에도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거절과 상처에 익숙해지려면, 자신이 하는 일의 물리적 양을 극대화 해야 합니다. 글 한 편 쓰고 나면 누가 무슨 말을 할까 봐 심장이 쫄리지요? 글 백 편 쓰고 나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섯째,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가진 사람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상처 받은 적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저 뜬구름 잡는 위로밖에 할 수가 없지요. 찐하게 상처 받아 본 사람만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줄 수 있습니다. 위로 받는 사람도 상대가 자신 못지않게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면 저절로 마음이 열릴 테고요. 글을 쓰든 강의를 하든 다른 무슨 방법을 사용하든, 나와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면 "상처도 콘텐츠가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상처 때문에 힘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른 이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 타인에게 똑같은 아픔을 주는 이들이 많습니다. 내가 아프면 상대도 아픕니다. 내가 행복한 일은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느낄 테고요. 상처는 씻어주고 행복은 더 크게 전하는, 그런 삶을 지향하면 그 동안의 아픔도 조금씩 치유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에게 받았던 도움을 잊어버리고, 배신하고, 자기 이익만 도모하는 이들은 반드시 그 몇 배의 상처를 받게 됩니다. 끔찍하리만큼 정확하고 예외가 없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합니다. 


다행히도, 그 반대 상황 또한 틀림이 없습니다. 좋은 마음을 주면 좋은 마음을 돌려받습니다. 누군가를 도우면 그 복도 돌려받습니다.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에너지를 나누면, 좋은 인생으로 돌려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상처와 행복을 번걸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상처 받지 않으려면 상처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더 많은 일에 도전하고, 더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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