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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6. 2023

커피는 낭만이고, 실패는 배움이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 의미입니까


새벽 4시에 일어나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어김 없이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고급 커피도 아니고, 커피 본연의 맛도 아닙니다. 믹스 커피 한 봉지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게 전부입니다. 달달한 맛도 있고, 그 뒤에 커피 특유의 향도 묻어 있습니다. 촌놈이라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만, 그래도 제 입맛에는 '봉지 커피'가 딱입니다. 


커피는 차의 일종입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음식의 한 종류일 뿐이죠. 그러나 제게는 하루 시작을 충실히 해냈다는 '보상'입니다. 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고, 잠깐의 '휴식'일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겠다는 '각오'가 되기도 합니다. 여유를 즐기며 삶을 생각하는 '낭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커피는 그렇게, 저에겐 다양한 의미를 줍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저 스스로 커피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단순히 '음식을 섭취한다'는 현실과 상황만으로 커피를 대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즐기는 것이 제 삶을 풍성하고 밀도 높게 만듭니다. 


'실패'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까? 일단 싫지요? 네, 맞습니다. 실패는 아무리 좋은 말로 둘러치고 메쳐도 거부 반응이 생기는 단어입니다. 실패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일을 잘못해서 그르치는 것'이라고 정의 되어 있습니다. 세상 누가 일을 잘못하여 그르치고 싶겠습니까. 


저도 실패 하면 아주 징글징글 덧정이 없습니다. 지금이야 실패의 소용돌이를 어느 정도 벗어났으니 이런 글도 쓰고 있지만, 절망과 좌절의 한 가운데 있을 때는 그야말로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거든요. 실패가 저의 삶이었습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뿐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삶을 가만히 돌아보면, 실패했던 시절에 깨닫게 된 내용들 덕분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제가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지금 같은 삶은 결코 만날 수가 없었을 게 확실합니다. 실패라는 단어가 참 싫지만, 그래도 지금 누리고 있는 제 모든 인생을 생각하면, 다시 살아도 실패는 꼭 거쳐야 하는 단계임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실패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배움'이라 할 수 있겠지요.


커피는 음식이고, 실패는 일을 잘못해서 그르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커피와 실패를 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로만 받아들이는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커피는 여유이며 사랑이고 친구이자 그리움입니다. 실패는 배움이고 도전이며 디딤돌이자 도약입니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이나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갑니다. 좋은 의미를 부여하면, 좋은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요. 나쁜 의미를 부여하면, 불행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접촉 사고가 났습니다. 한 사람은 "재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천천히 살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상황은 똑같습니다. 접촉 사고도 똑같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 됩니다. 한 사람은 재수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고요. 다른 한 사람은 느리고 여유 있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죠. 


사건보다 의미가 중요합니다. 현실보다 의미가 중요합니다. 상황이나 환경보다 의미가 훨씬 중요합니다. 내가 부여하는 의미가 내 삶을 만듭니다. 다른 사람이 부여하는 의미에 휘둘릴 필요 없습니다. 의미 부여는 오롯이 내 결단과 판단과 선택에 달린 가치입니다. 매 순간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도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사람 있다고 칩시다. 어떤 사람은 "에잇! 또 늦잠을 자버렸네! 난 왜 이리 의지 박약일까!"라며 스스로 비난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가 절실하지 않았나 보군. 더 절박하고 간절한 인생 목표를 정해야겠어!"라고 자신을 독려합니다. 늦잠을 잤다는 상황은 똑같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지요.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달라집니다. 자신을 향해 의지 박약이란 표현을 쓴 사람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인생 목표를 정하기로 한 사람은 계속 변화하고 성장해 나아갈 테지요. 


글 쓰고 책 출간하자고 권하면, 젊은 사람들과 나이 많은 분들 태도가 다릅니다. 젊은 친구들은 "이 나이에 무슨 책입니까"라며 아직 어리다는 핑계를 댑니다. 나이 많은 분들은 "이 나이에 무슨 책입니까"라며 자신이 늙었다는 이유를 대지요. 그들은 모두 '나이'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습니다. 똑같은 나이지만, "젊음을 패기로 삼아 쓰겠다!"라는 사람도 많고, "내 인생 연륜과 경험을 나누겠다!"라며 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나이가 회피의 이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나이가 도전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달린 선택이죠.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이것이 제 삶을 수식하는 전부였습니다. 만약 제가 주어진 삶을 사전에 나오는 정의 대로만 해석했다면, 아마 지금도 거지 같은 삶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온통 절망과 불평과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을 테지요. 


지금 대한민국에는 죄를 짓고도 죗값을 치르기는커녕 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부자로 권력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득실거립니다. 나는 죄를 지었지만 죗값을 치뤘으니, 적어도 그들보다는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결심했습니다. 파산은 제게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알코올 중독은 오히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막노동은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사고의 장착을 가능케 했습니다. 


저 스스로 부여한 '의미' 덕분에, 저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 백날 부여해 봤자 당장 현실이 달라지는 것 아닌데, 모두 헛일이다!"라며 부정하는 사람들 있고요. "어떻게든 나에게 유리한 의미를 부여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죽을 때까지 제 삶의 모든 순간에 치열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겁니다. 그것이 제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견해"라는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그림일기를 떠올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형이랑 놀았다+참 재미 있었다" 형이랑 논 것은 현상이고요. 참 재미 있었다는 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것이죠.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첫째, 보고 듣고 경험한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힘이 필요하고, 둘째, 그 경험에 가치 있는 의미를 부여하면 됩니다. 글쓰기가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쓰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고민하고 사색하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글이 좋아지면, 인생도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집필, 습작, 일기, 독서노트, 블로그 등 다섯 가지 '쓰는 행위'를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적고, 거기에 '좋은 의미'를 계속 부여하고 있는 셈이죠. 인생이 좋아진다는 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매일 좋은 의미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이런 마음으로 10년 살았더니, 돈도 사람도 사업도 무엇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삶을 만나게 된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 일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매일 적으면,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든 최고의 삶을 만나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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