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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7. 2023

사람 집착, 아들이 친구를 너무 좋아해요

아들의 인생이다


학창 시절에 '친구'에게 미쳐 있었습니다.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고, 주말에도 항상 친구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말은 저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좋은' 녀석들이었으니까요. 술 마시고 담배 피운다고 해서 나쁜 놈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죽기살기로 공부만 하는 녀석들 중에 '나쁜' 놈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그렇게 죽고 못 살던 친구들과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만난 대학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예전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가 줄었고, 몸이 멀어지니까 자연스럽게 마음도 돌아서게 된 것이지요.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들었는데, 왠지 저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어울리는 친구가 바뀌었습니다. 


군에 있을 때는 군 동기들과 목숨 걸고 지냈습니다. 사회생활 시작하면서부터는 회사 동료와 입사 동기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옥에서는 죄수들과 어울렸고, 막노동 현장에서는 일꾼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지금은 우리 작가님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많습니다. 


아들은 대학 1학년입니다. 한창 친구 좋아할 나이입니다. 매일 늦습니다. 술 마시고 놀 때도 있고, 지금처럼 시험 기간에는 친구들과 과방에 모여 책도 봅니다. 식구들은 조금씩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너무 밖으로만 나다니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그러다 나쁜 친구라도 만나게 되면 어쩌냐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염려를 하십니다. 


가만히 두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스무 살입니다. 어른입니다. 아직도 어린애처럼 선택과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잘못 키운 탓이죠. 이제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그러다 잘못 되면 어쩌냐고요? 잘못 되는 게 어떤 건가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글쎄요. 그게 잘못 되는 걸까요?


곱게만 자란 아이는 크게 무너집니다. 저만 봐도 그렇습니다. 시련과 고통 따위 모르고 큰 탓에, 별것도 아닌 일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지요. 다시 일어서기까지 오랜 시간 고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거칠고 투박하게 자랐더라면,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견디는 힘은 훨씬 더 컸을지 모릅니다. 


친구 좋아하는 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염려할 바가 아니고요.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건, 사람에 대한 집착입니다. 자신이 정을 주고 아껴주던 사람이라도 언제든 떠나게 마련입니다. 영원한 우정? 영원한 친구? 저는 그런 거 믿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야박하고 냉정한 것 같나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많이 당해 봤기 때문에 그 심정 누구보다 잘 압니다. 웃고 즐기며 함께 어울려 놀 때는 다들 진정한 친구 같지요? 사업 잘 되고 분위기 좋을 대는 다들 좋은 사람들 같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상반되는 일이 벌어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등 돌리고 배신하고 뒤통수 후려칩니다. 아닌 사람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사람 못 봤으니까요. 


아들이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보기를 바랍니다. 사람도 자꾸 만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마냥 좋은 사람, 무조건 싫은 사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사람, 속내를 감추는 사람, 성격 급한 사람, 힘들고 어려울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이런 저런 경우 다 겪어 봐야 사람 보는 눈이 생깁니다. 


아들이 종일 집에만 처박혀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인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 틀림 없고, 인간관계에도 하자가 발생할 것이 분명합니다. 온라인 세상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 생각하면, 밖에서 친구들 만나 즐겁게 노는 아들이 훨씬 낫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람에 집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허나,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는 정도라면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만나고, 또 그 사이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모든 문제들은 만남과 이별, 갈등과 해결 등의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들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길 바랍니다. 온갖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 보는 눈도 익히고, 또 그들이 사는 세상도 엿보면서 인생을 배우길 바랍니다. 다만, 좋은 사람 만났다 싶은 생각에 그들에게 너무 집착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바람을 아들에게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또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아파하고 성장하는 모든 것이 아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아직은 마음이 순수하다는 증거입니다. 치명타를 입은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아들의 인생입니다. 아들이 선택하고, 아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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