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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9. 2023

멈추려고 쓰는 사람이 잘 쓴다

꾸준히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


[자이언트 북 컨설팅]은 글쓰기/책쓰기 전문 과정입니다. 2016년 5월 15일, 김해 율하초등학교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8년째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직업, 나이, 성별, 성격 등 똑같은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 중에는 나름 꾸준하게 노력하고 연습하면서 계속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유에서든 중도에 포기하고 잠시 펜을 내려놓은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총괄하는 제 입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분석을 하고, 어째서 차이가 나는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쓰는 사람은 더 잘 쓰게 만들고, 쓰지 못하는 사람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임무이자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우리 작가님들을 지켜 본 결과, 쓰는 사람들만 갖고 있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이 내용을 정리하여, 쓰지 못하거나 쓰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질주하기 위해 쓰는 사람보다 멈추려고 쓰는 사람들이 더 잘 씁니다. 당장 책 한 권을 출간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으로 저를 찾은 사람은 오래지 않아 펜을 놓습니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공부할 것이 많고, 또 성과를 내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기 삶을 돌아보고 본질과 가치를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 쓰는 삶에 발을 들인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벽을 만나도 꿋꿋하게 쓰기를 반복합니다. 


둘째,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잘 씁니다. 사람은 참으로 신비한 존재라서, 자신이 뭘 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게 되면 금방 기고만장합니다. 제가 강의를 준비하는 데에는 무려 20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은 20분도 채 되지 않아 "뻔하고 다 아는 내용"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하물며, 그 사람이 쓴 글을 보면 제 강의 내용은 하나도 적용 되지 않았고, 또 문장력도 엉망이거든요. 배우려는 마음 없이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죠. 


셋째,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잘 씁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요?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강의만" 듣고, 연습과 반복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글이 좋아지길 바라는 것이죠. 행동 없이 만들어지는 결과는 없습니다. 어떤 성과든 자신이 노력한 만큼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넷째,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잘 씁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입과했으면서도, 지각하고 화면 끄고 집중하지 않고 돈 생각만 하고 성과 내기만을 바라는 사람 많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허영에 휩싸인 이들이죠. 쓰기 위해서는 쓰는 행위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라는 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운동을 잘하려면 운동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작가'라는 명사가 탐이 난다면, '쓴다'라는 동사를 실천해야 합니다. 


다섯째,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잘 씁니다. '아군'만 좋아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 사람을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와 맞지 않다'고 단정 짓고는 아예 소통이나 대화를 거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만나 보고, 세상에는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고, 때로는 맞춰주기도 하고 내 고집도 부려가면서 관계를 맺어야 '열린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은 맨날 똑같은 글밖에 쓸 수가 없겠지요.


위 다섯 가지 사례는 지난 8년 동안 제가 지켜 본 우리 작가님들의 이야기입니다.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위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배우려는 자세로, 공부하고 노력하며, 관심을 가지고, 사람과 어울릴 줄 아는, 그런 자세와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겠지요. 


이미 수십 년 살아온 인생입니다. 고정관념도 있고 습성도 굳어졌겠지요.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달라져야만 합니다. 기존의 내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가'라는 또 다른 모습이 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요. 뭔가 하나라도 바꿔야 새로운 결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가수가 되고 싶다면, 노래 부르는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자기 노래를 듣는 청중의 마음을 고려하는 태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야든 코치가 되려 한다면, 코칭 능력이나 해당 분야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코칭을 받는 사람들의 특성이나 심리 또는 학습 정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노력도 마땅히 갖추어야 합니다. 글을 쓰겠다 결심했다면, 문장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곧 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속버스 민폐녀'가 글을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타인의 불편 따위 신경 쓰지 말고 내 자유와 편의만 생각하면 된다고 쓰지 않겠습니까. 끔찍합니다. 안타깝고요. 그런 사람은 '나쁜 인간'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이지요. 사랑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눠줄 사랑이 없는 겁니다.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어쩌다가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었는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달라져야 하고,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세상과 인생을 본다는 의미입니다.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조금 다르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전체를 보는 통찰력도 필요하고, 나무를 보는 섬세함도 필요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보는 심안도 필요합니다. '잘 쓴다'는 말은 참으로 탐나는 표현입니다. 허나, 잘 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태도와 생각이 훨씬 탐스럽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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