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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0. 2023

글쓰기와 창조적 사고의 결합, "강제 연결"

다른 방향에서 보고, 다르게 해석하기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쓰지 않는 사람들은 나무를 나무로만 봅니다. 나무가 예쁘다, 나무가 멋있다, 나무 덕분에 그늘과 바람이 좋다 등등 나무에 한정된 생각과 표현만 합니다. 그러나, 쓰는 사람은 다릅니다. 달라야 합니다. 같은 나무를 보면서도 인생과 사랑, 인내와 끈기, 통합과 나눔, 사랑과 배려, 인간관계, 침묵, 순환, 내려놓는 법, 기버의 삶, 태도, 순응, 지혜, 처세 등 인생 모든 부분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를 보고 백 가지를 연결할 수 있는 힘을 통합적 사고 또는 창조성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작가는 문자로, 그림도 그릴 수 있어야 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어야 하며 조각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쓰니까, 마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능력을 갖춰야 할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나 사물을 연결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이왕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고나 사물을 연결하여 메시지를 뽑아내는 것이 더 근사하겠지요. 저는 이러한 생각 방식을 '강제 연결'이라 부릅니다. 2016년 5월 15일, 김해 율하초등학교에서 진행했던 글쓰기/책쓰기 첫 수업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아버지'에 관한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부분 사람이 어떻게든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것이며, 또 쓸거리도 많다고 느낄 겁니다. 문제는, 첫 줄부터 마지막 메시지까지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거지요. 무엇에 관해 쓸 것인가는 이미 정했습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제법 오래 가져야 할 테지요. 


'아버지는 산이다'라는 주제문은 어떤가요? 아버지와 산은 전혀 별개의 존재입니다. 둘 사이 연관관계는 없습니다. 아버지와 산은 전혀 다른 본질이라 그 둘을 '같다'고 표현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렇게 강제로 연결을 해두면 명확한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듬직하고, 무너지지 않고, 모든 걸 품어주고, 항상 그 자리에 서 있고, 거대하고, 고요합니다. 둘 사이 공통점 몇 가지만 추려내고 나면, 이제는 각각의 소주제를 바탕으로 한 편의 글 또는 한 권의 책을 써내려갈 수 있겠지요. 


그냥 '아버지'에 관해 글을 쓰는 것보다, '아버지는 산이다'라는 강제 연결부터 진행한 후에 글을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메시지도 더 알차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각'이란 걸 깊이 할 수가 있습니다. 아버지에 관한 생각만 하기보다는 아버지와 산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물 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랑은 커피다'라는 문장은 어떤가요. 쓴맛 단맛 섞여 있지요.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향기에, 때로는 그 맛에 취합니다. 각성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너무 과하면 해롭습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랑'과 '커피'는 연관 관계가 없습니다. 전혀 다른 단어입니다. 둘 사이 공통점이나 맥을 이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참한 글 한 편을 쓸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냥 '사랑'에 관해서만 쓰려고 하면 뻔한 생각밖에 나질 않을 겁니다. '커피' 하나만 갖고 쓰려고 해도 막막할 테고요. '사랑은 커피다'라는 강제 연결 주제문을 딱 뽑아내고 나면, 이제 생각은 통합적이며 창조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단어 하나를 보고 연상할 수 있는 기억보다 단어 두 개를 동시에 보면서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훨씬 많습니다. '사과와 배'는 비슷한 종류의 단어이기 때문에 사고 확장에 도움이 안 되지만, '사과와 성공 법칙'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강제 연결은 생각을 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무를 보면서 나무만 생각하는 사람보다, 나무 하나로 인생과 사랑과 가족과 나눔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의 세상이 훨씬 풍요롭고 다채롭지 않겠습니까. 글 쓰는 사람의 일상은 매일 매 순간 다르고 풍부합니다. 지겹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는 대신, 흥미진진한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는 뜻이지요. 


생각을 확장하고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다 보면,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해결책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답답하고 무기력해지지만,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자유롭겠지요. 


글감이나 분량 등 글쓰기 관련 고민도 단박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을'에 대해서만 글을 쓸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지요. 가을과 인생, 가을과 부부, 가을과 개성, 가을과 친구, 가을과 아파트, 가을과 트럭, 가을과 딸기, 가을과 아이폰, 가을과 형광펜, 가을과 다빈치, 가을과 포카칩, 가을과 정관장, 가을과 양말...... 끝도 없이 다양한 글감과 주제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과 닫힌 사고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어렵고 힘들게 만듭니다. 다른 방향에서 보고, 다르게 해석하고, 엉뚱하게 연결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혁신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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