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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0. 2023

어순이 중요하다

순서와 단계를 지키는 습관


막노동 현장에서 3년간 일한 적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 무슨 일이든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현장에 가서 전문 일꾼들이 시키는 일을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초반에는 깨지는 게 일이었습니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전문 일꾼들은 저를 보고 "방해만 된다"고 했었지요. 처음에는 이 인간들이 텃세를 부리나 싶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막일에도 '순서'가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일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일머리'라고 하고요. 단계별로 순서 대로 일해야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있었던 거지요. 막노동 현장에서 딱 두 가지만 챙기라 하면, 일머리와 순서입니다. 


저는 초짜라서, 일머리를 익히기엔 많이 부족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을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전체를 보는 눈이 없었지요. 시키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으니까, 그저 "일을 잘하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서를 모르는 상황에서 마구 열심히만 하는 것은 오히려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순서를 익히고 나니까, 막노동이 세상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몸은 힘들지언정, 종일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거든요. 마음이 편하니까 몸 힘든 것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거리를 파악한 후에는, 어떤 순서로 일할 것인가부터 정했습니다. 그 후로는, 전문 일꾼들로부터 "일 잘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덕분에 일거리도 잔뜩 받을 수 있어서 생계에 도움 되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순서가 중요합니다. 글쓰기에 있어 순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메모부터 한 후에 글을 써야 합니다. 머릿속 생각을 정돈한 후에 써야 글이 흩어지지 않습니다. 둘째, 전체 글의 흐름을 잡는 순서입니다. 가장 먼저 무엇을 쓰고, 다음에는 또 무엇을 쓰며, 마지막에는 어떤 것을 쓴다. 이렇게 순서를 딱 잡아 놓으면 쓰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셋째, 문장 하나를 쓸 때도 단어의 순서를 챙겨야 합니다. 어순이 바르지 않으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문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순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요. 


목요일 밤 9시부터 123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66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이번 문장수업에서는 '어순'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물리적 거리는 인접해야 하며, 문장 전체를 꾸미는 부사구절은 맨 앞에 위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초보자가 능숙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부분은 '순서'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순서를 건너뛰면 당장은 결실을 맺을지 몰라도 결국 포기하거나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부실공사 생기는 이유는 순서를 꼼꼼히 챙기지 않은 탓이지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결국은 순서대로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라는 의미입니다. 


사는 것도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공부를 해야 할 단계가 있고, 배운 걸 활용해야 하는 때가 있으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야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순서와 단계를 차분히 지켜 나가는 습관이 탄탄한 성공을 이루는 유일한 길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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