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놓지 말아야
첫째, 시간 관리는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는 포승줄이 아니다.
허투루 낭비하는 시간을 잡아채서 의미 있는 행위로 채우는 것은 지극히 훌륭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분 1초의 여유도 없이 빼곡하게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스케줄표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효율적 관리다. 숨통을 막을 정도의 스타 연예인의 스케줄처럼 빼곡히 채우다가는 지쳐 쓰러지지 않겠는가.
다이어리와 스케줄이라는 말이 일상처럼 쓰이기 전에도 다들 정상적으로 살았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어떠한가? 더 많은 여유를 갖고 삶을 즐기고 있는가? 아니면 더 바쁜가?
우리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하다. 꽃을 보는 시간도 필요하고, 바람을 맞을 여유도 필요하고, 길거리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빈틈도 필요하다.
둘째, '계획을 위한 자신'으로 살지 말고, '자신을 위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주말에 꽃구경 가는 것조차 스케줄표를 확인해야만 할 정도라면 심각하다. 삶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끌려다니는 셈이다. '효율'이라는 말은, 들인 노력과 얻은 성과의 비율을 뜻한다. 일정표를 작성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얻은 것이 무엇인가? 이번 주말에 꽃구경 갈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다이어리를 펼쳐봐야만 알 정도라면, 과연 이것을 효율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든 도구는 삶을 위한 보조 수단이다. 스케줄표는 말할 것도 없고, 글쓰기와 독서, 자기계발, 미라클 모닝, 메타 버스, 마케팅 등등 더 나은 삶을 위해 배우고 공부하는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나 종이 되어야 한다. 내가 주인이다. 이 사실을 놓치면 모든 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삶의 본질은 '나'다. 글쓰기의 본질은 '사람'이다. 시간 관리의 본질은 얼마만큼 빼곡하게 살아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질 높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느냐이다. 주객이 전도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우리가 세운 계획과 스케줄표가 '나'를 도와주어야 한다. 그 계획과 스케줄표 때문에 '내'가 힘들고 답답하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결단하고 실행하고 계속하고 끝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멈춤이다. 멈추지 않으면 본질을 잃기 쉽다. 하루 한 번씩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 지금 가는 길이 옳은가 짚어 보아야 한다.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하루의 밀도를 높이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행위이다.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이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시간 자체에 관심도 없다.
나는 시간 관리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기를 원하고, 단 5분도 허투루 날리고 싶지 않다. 이미 오래 전, 내 인생은 충분히 낭비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시간 관리를 위한 시간 관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 관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루를 훤히 움켜쥐기 위해서, 인생을 주도하기 위해서, 내가 시간을 리드한다는 생각으로.
스케줄표를 꼼꼼하게 채워넣고도 여전히 시간에 쫓기고 조급하고 불안하게 살 거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아니겠는가.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