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만드는 존재
노래 부르라고 하면 "노래 못합니다"라고 합니다. 아무도 노래를 "잘" 하라고 말한 적 없는데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춤을 춰 보라고 하면 춤 못춘다며 손사레를 칩니다. 댄스 대회도 아니고 심사 받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만 잘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시작을 막습니다. 못하는 일을 많이 해야 잘할 수 있는데, 시작조차 하질 않으니 계속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하고 못하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겁니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웃고 즐기면 실력과 상관 없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똑같습니다. 못쓴다는 이유로 쓰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도 없고 글 쓰는 걸 즐길 수도 없습니다. 잘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내는 게 중요합니다.
소설을 쓰고 싶었던 때가 있습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 글을 써서 올렸습니다. 남들은 그게 무슨 소설이냐며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소중한 '시작'이었습니다. 매일 PC방에 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점심 먹기 전까지, 소설 한 꼭지를 써서 올렸지요.
조회수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독자가 댓글을 달았더군요. 소설 내용이 어떠하다는 등의 평가가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읽기 쉽게 줄띄움을 좀 하면 좋겠네요." 그러니까 저는, 웹툰에 글을 쓰는 형식조차 몰랐던 겁니다.
무려 네 편의 소설을 써서 올렸습니다. 지금 읽어 봐도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입니다. 필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려 하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렵고 힘들게 쓴 소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 당연했고, 제 글을 좋아해주는 독자가 거의 없었으니 그야말로 '참혹한 실패'였던 것이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차라리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쓰기로 하자!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는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 있는 그대로의 경험과 생각을 쓰는 게 낫겠다고 결정한 겁니다.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소설을 네 편이나 쓴 덕분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쓰는 재미도 훨씬 좋았고요.
2016년 2월, 4월, 그리고 11월. 불과 9개월만에 세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무려 세 권씩이나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소설을 네 편이나 쓴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고, 지금의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만들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 바로 소설 습작이었던 겁니다.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지금입니다. 소설 습작은 '참혹한 실패'가 아니라, '근사한 출발'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소설을 쓴 경험이 없고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마 지금도 막노동판에서 삽질을 하며 술을 퍼마시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시작하고, 계속하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고, 결국 이뤄내는 것이죠. 그 모든 단계마다 벽이 존재합니다. 무엇 하나 만만한 게 없고,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비법 따위 있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어렵고 힘든 순간 넘어야 합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든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 왜 쓰지 않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답을 말합니다. 어렵고, 힘들고, 글을 잘 못 쓰기 때문이라고요. 혹시 제가 글을 좀 봐드려도 될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그러면 또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 써놓은 글이 없는데요."
글을 쓰지 않으면서, 쓴 적도 없으면서, 어렵고 힘들고 잘 못 쓴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죠. 쓰지 않는데 어떻게 쓰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아는지 의문입니다. 쓰지 않았으면서 자신이 못 쓴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아는지 궁금합니다. 분명해졌습니다.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다, 자신은 글을 잘 못 쓴다, 이런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이들은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란 사실이지요.
길을 다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시작하면 산을 뚫고 땅을 파고 돌을 치우게 됩니다. 참한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길을 만드는 겁니다. 비법과 묘법을 찾을 게 아니라, 내가 시작하면 그것이 또 다른 방법이 되는 것이죠. 길 따라 걷는 사람이 될 것인가, 길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인생 모든 분야에서 "잘"이라는 부사를 없애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잘 살게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