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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24. 2023

할 일은 많은데, 마음 복잡하고 심란할 때

멈추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A가 상담을 청해왔습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뭔가 시대에 뒤처지는 듯해서 자기계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공부가 재미도 있고,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고요.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자기계발 관련 내용을 많이 접한 탓에 이것도 신청하고 저것도 배우기로 하고, 도저히 소화하지 못할 만큼 판을 벌여 놓아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죠.


쉽게 말하면,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걱정이란 뜻입니다. 성장하고 변화하고 싶어서 시작한 자기계발인데, 오히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바쁘고 힘들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꼴입니다. 차라리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던 때가 오히려 평온했다는 후회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를 자기계발 중독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익히고 여러 가지 실천해야 할 것도 많아서 하루를 거의 강박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죠.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공부하는 과정 내내 불안하고 초조하고 스트레스 받고 있으니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지경이 된 겁니다. 


첫째, 팔랑귀부터 잘라내야 합니다. A가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죄다 받아들인 탓입니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겠다 결정한 게 아니라, 자기계발 시장에서 만난 이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들을 모조리 선택한 것이죠. 욕심이 과한 탓입니다. 하나씩 버리고 내려놓은 후, 딱 하나만 선택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둘째, 자신의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다놓아야 합니다. 미라클 모닝을 하면, 글을 쓰면, 책을 읽으면, SNS를 배우면, 마케팅을 공부하면, 1인기업을 시작하면, 독서모임에 참여하면...... 이런 식으로 모든 실행에 "~라면"이라는 가정을 붙여놓은 것이죠. 자신을 몽땅 미래에 두고 있으니 현재가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요. 자기계발은, 공부하고 노력하는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셋째,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멈춰야 합니다. 비교는 최악입니다. 누구는 책도 쓰고 누구는 하루 네 시간만 자고 누구는 마케팅으로 몇 억을 벌고 누구는 아이 키우면서도 성공했다더라...... 이렇게 다른 사람 인생만 쳐다보고 사니까 자꾸만 마음 한 쪽이 텅 비는 것이죠. 내 나름대로 인생 색깔이 있는 법입니다. 나만의 빛을 뿜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남들이야 하늘의 별을 따서 집을 짓든 말든, 오직 내 방식 대로 내 스타일 대로 살아가겠다는 당당함과 줏대가 필요합니다. 


A뿐만 아닙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멈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농사만 짓고 살던 시대에 비하면 세상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그럼에도 우울증 약 판매량은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 좋아지는 것과 나의 행복은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입니다. 


자기계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도 좋지만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둘째, 멈추고 돌아보며 자신을 챙기는 시간을 갖는 것.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와는 달리 생각합니다. 지금이 엉망이라서 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고요.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가겠다는 욕구에만 급급합니다. 자기계발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으니까 매일 헉헉거리는 것이죠. 


글 쓰는 이유는 멈추기 위함입니다. 책 읽는 이유는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지요. 새벽 기상을 하는 이유는 삶을 손에 쥐기 위함입니다. 이런 저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게 중심을 내 안에 두고 흔들리지 않기 위함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자기계발 관련 모든 것들의 진정한 이유와 목적을 다시 짚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온라인 시대입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만히 집에 앉아 컴퓨터만 켜면 됩니다. 참으로 편리하고 쉬운 세상이지요. 편리하고 쉽다는 이유로 욕심을 부리는 게 문제입니다. 새로운 것 하나를 배우고 익히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저것 다 배우려 드니까 점점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죠. 


열심히 산다는 건 자신을 혹사시킨다는 뜻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어쩌면 자신의 능력보다 아주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정도. 이렇게 사는 것이 '열심히'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지요. 감당을 하지 못해서 넉다운이 될 정도로 무리하는 것은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나와 내 인생'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내가 소중한 줄 알아야 다른 사람 소중한 줄도 알고, 내 인생이  귀한 줄 알아야 다른 사람 인생도 귀한 줄 아는 법이지요. 지금의 나를 혹사시켜서 기약도 없는 미래에 어떤 행복이나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무엇을 바라는가? 내 인생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그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가? 그 모든 과정이 나와 타인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너무 바빠서 이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으니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은 멈추어야 할 때입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는데 자꾸 속도만 내면 어떻게 합니까. 차분히 앉아 자기 삶을 설계하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꼭 가져야 할 태도가 있습니다. 버릴 수 있는 용기입니다. 다 가져갈 수 없습니다. 모두 다 할 수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SNS도 배우고 논문도 준비하고 인간관계도 배우고 모임에도 나가고 사업도 하고 명상도 하고 요가도 배우고 다이어트도 하고 가족과 함께 여행도 하고...... 얼핏 보기엔 참 좋은 인생 같지만, 이런 건 하루하루가 중노동입니다. 장담컨대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무조건 바쁘게만 사는 것이 최고는 아닙니다. 주어진 몫으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훨씬 우선되어야 합니다. 열 가지 일을 하면서 멍하게 사는 것보다, 한두 가지 일을 하면서 정신 또렷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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