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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 Oct 03. 2023

손을 꼭 잡은 두 남자를 보고

당신을 믿는다는 것

초등학생 2학년 의 수영강습이 있어 일주일에 4번 강습을 데려다주고 다.

아이는 어느덧 중급반이 되었고 처음의 걱정스러움은 사라지고 알아서 잘 배우겠거니 생각하며 관중석에서 잠깐 아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눈인사 정도를 한다.

관중석에는 나처럼 아이들의 강습을 보기 위해 엄마 아빠들이 앉아 있다.


그 시간대에 수영장에는 자유수영을 온 사람들도 많은데 어느 날 키가  남자와 수모로 다 가려지지 않은 머리 희끗한 남자가 두 손을 맞잡고 있었고 키가 큰 남자가 에서 점프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앉아 있는 곳과 가까워 자연스럽게 보게 된 광경이었는데 키 큰 남자는 눈을 감은 듯 보였고 첨벙거리며 연신 점프를 하며 아이처럼 고 있었다.

점프를 한참 하던 남자는 자신보다 왜소하고 키가 작고 머리가 흰 남자의 손을 놓지 않고 잠수도 했다가 올라오고 물 위에 누워버리기도 했다.

손을 잡고 물을 거슬러 천천히 걷기도 했다.

같이 걸어갔다가 25m에서 턴을 해서 돌아오는데 키 큰 남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왜 두 남자가 손을 꼭 잡고 걷고 뛰었는지 이해가 됐다.

두 남자가 부자지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많이 닮아 보였다.


키 큰 남자는 그 뒤에도 자신보다 작은 남자의 두 손을 잡고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 자기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이 물에서 방방 뛰었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이처럼 재미있어하는 남자의 손을 놓지 않으며 다른 남자도 미소를 짓고 있었고 덩달아 나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감정이 올라오며 얼마 전에 본 아메리칸 언더독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2류 미식축구 선수 커트워너가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서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해 주고 믿어주어 결국 성공했다는 스토리였는데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두 아이가 있었고 전남편의 학대로 아들은 앞을 보지 못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의 꿈은 트럭운전을 해보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그녀가 믿어주었던 것처럼 그 아이를 믿어준다.

아들이 준비됐다는 말을 하자 집 앞 잔디밭을 깎을 수 있는 작은 트럭을 운전하게 했고 아들은 그렇게 꿈을 이룬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상대방을 믿고 물속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믿음.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의 꿈이 트럭 운전이라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가 아니라 때를 기다려 준 아버지의 믿음.


무언가 꿈틀거리며 울컥했던 감정은 그런 믿음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나 보다.

누군가를 의심 없이 믿어주는 것은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꿈꾸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미지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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