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꼭 잡은 두 남자를 보고

당신을 믿는다는 것

by 정간

초등학생 2학년 딸의 수영강습이 있어 일주일에 4번 강습을 데려다주고 있다.

아이는 어느덧 중급반이 되었고 처음의 걱정스러움은 사라지고 알아서 잘 배우겠거니 생각하며 관중석에서 잠깐 아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눈인사 정도를 한다.

관중석에는 나처럼 아이들의 강습을 보기 위해 엄마 아빠들이 앉아 있다.


그 시간대에 수영장에는 자유수영을 온 사람들도 많은데 어느 날 키가 큰 남자와 수모로 다 가려지지 않은 머리 희끗한 남자가 두 손을 맞잡고 있었고 키가 큰 남자가 물에서 점프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앉아 있는 곳과 가까워 자연스럽게 보게 된 광경이었는데 키 큰 남자는 눈을 감은 듯 보였고 첨벙거리며 연신 점프를 하며 아이처럼 고 있었다.

점프를 한참 하던 그 남자는 자신보다 왜소하고 키가 작고 머리가 흰 남자의 손을 놓지 않고 잠수도 했다가 올라오고 물 위에 누워버리기도 했다.

손을 꼭 잡고 물을 거슬러 천천히 걷기도 했다.

같이 걸어갔다가 25m에서 턴을 해서 돌아오는데 키 큰 남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왜 두 남자가 손을 꼭 잡고 걷고 뛰었는지 이해가 됐다.

두 남자가 부자지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많이 닮아 보였다.


키 큰 남자는 그 뒤에도 자신보다 작은 남자의 두 손을 잡고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 자기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이 물에서 방방 뛰었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이처럼 재미있어하는 그 남자의 손을 놓지 않으며 다른 남자도 미소를 짓고 있었고 덩달아 나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감정이 올라오며 얼마 전에 본 아메리칸 언더독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2류 미식축구 선수 커트워너가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서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해 주고 믿어주어 결국 성공했다는 스토리였는데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두 아이가 있었고 전남편의 학대로 아들은 앞을 보지 못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의 꿈은 트럭운전을 해보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그녀가 믿어주었던 것처럼 그 아이를 믿어준다.

아들이 준비됐다는 말을 하자 집 앞 잔디밭을 깎을 수 있는 작은 트럭을 운전하게 했고 아들은 그렇게 꿈을 이룬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상대방을 믿고 물속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믿음.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의 꿈이 트럭 운전이라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가 아니라 때를 기다려 준 아버지의 믿음.


무언가 꿈틀거리며 울컥했던 감정은 그런 믿음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나 보다.

누군가를 의심 없이 믿어주는 것은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꿈꾸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미지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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