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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역 Aug 18. 2022

알록달록, 파프리카 볶음밥



요즘 식단에 신선한 채소가 적은 것 같아서 파프리카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파프리카는 가격이 좀 있는데 또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 채소라서 늘 들었다 놨다 하는 품목이다. 나는 풋내가 나는 채소류를 안 좋아한다. 고추, 피망, 파프리카, 완두 콩, 생 열무 등 각종 풋내가 다 별로다. 내가 느끼는 풋내 나는 채소들 중 그나마 파프리카를 가끔 먹는 편이다. 수분감이 많은 상큼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향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파프리카에 대한 호감도를 처음 올려준 음식은 월남쌈이었던 것 같다. 월남쌈은 파인애플도 중요하지만 파프리카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월남쌈의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려주는 건 단연 파프리카가 최고다. 오이나 당근도 넣어보았지만 파프리카의 톡톡 터지는 새콤달콤한 식감에 비해 심심하다는 느낌이었다.


배송 온 파프리카를 저녁 식탁에 차려놓았다. 길쭉하게 툭툭 썰어 접시에 담은 게 다였다. 맛보다는 채소 섭취를 위함이라 밥 먹으면서 틈틈이 씹어 먹어야지 하고는 식사 내내 하나도 손을 안 댔다. 그냥 파프리카만 먹기에는 파프리카를 향한 내 호감이 그 정도로 높지 않은가 보다. 접시 위에 랩을 씌워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다. 그 파프리카는 다음 날 아침 종종 썰려 볶음밥 재료로 쓰일 예정이었다.


아침식사는 파프리카 볶음밥. 파프리카와 밥만 넣어서 볶을 생각이었다. 빨간색 노란색이 다 있으니까 나름 이걸로 알록달록하다. 초록색 쪽파가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 동네에서 쪽파는 구하기가 힘들다. 있는 대로 먹어야지. 파프리카를 종종 썰면서 생각해 보니 계란도 넣어야지 싶다. 파프리카만은 왠지 심심해. 파프리카와 계란을 동시에 볶는다. 그러다 찬밥을 넣고 주걱으로 꾹꾹 밥 덩어리를 으깬다. 밥이 대충 흩어졌다 싶으면 이제 굴 소스를 넣고 휘리릭 볶아준다. 그러면 완성. 간단하고 맛있다. 따뜻한 파프리카. 입안에 미지근한 파프리카 즙이 스며든다. 파인애플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미지근하고 달콤한 파프리카와 파인애플. 알록달록 파프리카 볶음밥을 씹으며 하와이안 피자에 대해 생각한다. 그릴에 구운 파인애플도 떠올린다. 조만간 따뜻한 파인애플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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