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2)

깊은 수렁 속에서

by 별꽃서리


어느 날부턴가 학교 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아이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하고 난 뒤, 자존심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렇다고 학교를 빠질 수는 없었다. 그것은 교통사고로 한 팔을 잃고, 긴 재활 치료 끝에 겨우 집으로 돌아온 엄마를 더욱 슬프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깊은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어쩌면 그동안 신을 미워하고 멀리했던 탓에 내게 내린 벌일지도 몰랐다. 식욕은 사라지고 몸은 말라갔다.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르렀다.


'어쩌면 저리 높고 푸를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날도 저런 하늘이었지. 지금쯤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편지요!" 외치며 어느 마을을 달리고 계실까…'


그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눈물이 막 고이려는 찰나, 분필 하나가 가슴팍에 휙, 날아들었다.


"김미진! 수업 시간에 정신 차려!"


선생님의 불호령과 함께, 아이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내게 쏠렸다. 선생님의 화난 눈빛과 마주치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찌 된 일인지 하필 그런 순간만 꼭 들키고 만다. 하아 -.


공포의 국어시간이 돌아왔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책을 읽어야 한다. 말하기를 싫어하는 나에게 국어책 읽기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투명인간이 되기를 빌었다.


'신이 계시다면 내게 투명 망토를 내려주세요...'


그런데 아이들은 유창하게 책을 읽어 내려간다. 그것도 마치 이 시간만 기다렸다는 듯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휴우 -.


"자, 다음 시간엔 배역을 정해 연극을 해보기로 하자. 모두 알겠지?”


“예!”


선생님의 눈빛은 빛났고, 아이들의 대답은 우렁찼다.


연극이라니! 그것도 많은 아이들 앞에서... 산 넘어 산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다.


'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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