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소설
사라졌던 둥근 물체가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분수 위에 다시 나타났다. 힘없이 앉아 있던 우리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분수 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둥근 물체가 스르륵 열리더니 종이가 붙은 사다리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카페 주인이 사다리에 붙어있는 종이를 떼어내더니 읽어 내려갔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4명 정원이니 맞춰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 참예 삼촌 올림”
“엥? 참예 삼촌이 보낸 거네! 4명 정원이라네.”
아주머니가 뒤돌아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새댁! 해바라기! 아정 엄마! 얼른 사다리에 올라탑시다!”
나와 해바라기, 나 마담은 아주머니한테 떠밀리다시피 사다리에 올라섰다.
“선생님들! 사다리 다시 내려 보낼 테니 뒤따라서 올라오셔요!”
아주머니가 사다리에 힘겹게 매달려 남아있는 네 사람을 향해 크게 외쳤다. 소우주 선생, 노 작가, 기타 선생, 카페 주인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입을 벌린 채 고개만 끄덕거렸다. 나는 가제트 형사처럼 팔다리가 늘어나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느끼며 사다리를 꽉 붙잡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순간 몸이 붕 뜨며 한 마리 새가 된 기분이 들었다. 우리 넷은 둥근 물체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