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소설
말을 마친 참예 삼촌이 무지개다리에서 뛰어내리며 몸에 메고 있던 낙하산 줄을 힘껏 잡아당기자, 낙하산이 활짝 펼쳐졌다. 노 작가와 기타 선생도 뒤따라 뛰어내리며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경호와 신영, 아정과 해바라기, 나 마담과 카페 주인이 주저하지 않고 차례로 뛰어내렸다. 아주머니는 자꾸 헛손질을 하는 소우주 선생을 보다 못해 줄을 잡아당겨 주었다. 뒤따라 아주머니도 뛰어내리자 낙하산이 펼쳐졌다.
“김 선생, 뭣하고 있어요? 빨리 뛰어내리고 줄을 잡아당겨욧!”
소우주 선생이 전봇대처럼 가만히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무지개다리가 사라지는 중이었다.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며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몸이 새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 바람이 모두를 궁전이 있는 곳으로 날려 보냈다. 잠시 후 흰색의 둥그스름한 모양의 궁전이 눈에 띄었다. 바람은 모두를 궁전의 테라스에 사뿐히 안착시켰다. 그곳에 서 있던 빨간 조끼에 빨간 모자를 쓴 건장한, 마치 해병대에서 나온 듯한 청년 두 명이 재빨리 다가와 낙하산 벗는 걸 일일이 도와주었다.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디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의 여신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물의 여신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모두들 압도당했다. 그레이스 켈리를 닮은 듯한 얼굴에 양쪽으로 땋아 뒤로 고정시킨 허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검은 머릿결 – 저번엔 금발이었지만 – 과 잘록한 허리에 발끝까지 내려오는 순백의 하얀 드레스가 움직일 때마다 우아함을 더했다. 앵두 청년도 언제 나타났는지 말끔한 흰색 정장 차림에 즐거운 표정으로 물의 여신 옆에 서 있었다. 앵두 청년이 소우주 선생 손을 잡더니, 물의 여신 앞으로 데려가 소개했다.
“어머니, 이 분이 그동안 저를 정성껏 보살펴주신 소우주 선생님이십니다. 제겐 아빠나 마찬가지인 분이시죠.”
앵두 청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던 물의 여신이, 환한 얼굴로 소우주 선생에게 다가가 감사하다며 포옹했다. 소우주 선생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정신이 혼미해져 물의 여신을 꼭 끌어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차더니 떨어질 줄 모르는 소우주 선생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물의 여신도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고, 모든 분들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일일이 포옹했다. 물의 여신의 포옹에 모두 몇 초간 넋이 나갔다. 나 조차도.(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