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 비포 유>

사랑과 선택의 무게

by 별꽃서리


영화 <미 비포 유>

- 사랑과 선택의 무게


김미진


<영화 줄거리 요약>

밝고 순수한 성격의 루이자 클라크(루)는 실직 후 우연히 한 부잣집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녀가 돌보게 된 사람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젊은 CEO 출신 남성 윌 트레이너. 사고 이전 그는 모험과 여행을 사랑하던 활동적인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냉소적인 태도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루를 차갑게 대하던 윌은, 그녀의 순수하고 엉뚱한 성격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루는 윌이 다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노력한다. 그러나 루는 시간이 지나 윌이 스위스에서 조력죽음을 선택하기로 이미 결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루는 사랑의 마음으로 그의 결정을 바꾸려 하지만, 윌은 예전처럼 살 수 없는 자신의 현실 속에서 루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루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두 사람은 깊은 사랑을 나눈 뒤 윌은 자신의 결정을 따른다.

윌은 루에게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남기고, 이야기는 루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


영화 <미 비포 유>는 2016년 개봉한 테아 샤록 감독, 에밀리아 클라크(루이자 역), 샘 클래플린(윌 역) 주연의 미국 영화다. 루이자 클라크와 윌 트레이너라는 두 인물이 서로의 세계에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두 사람의 사랑이 단순한 멜로적 감정이 아니라 '관계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루와 윌은 처음부터 너무 다른 세계에 서 있었다. 루는 촌스러운 옷과 엉뚱한 말투를 가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덮어주는 스물여섯 살의 아가씨였다. 그녀의 세계는 작은 마을의 카페와 가족의 식탁, 창밖 풍경이면 충분히 행복한 곳이었다. 반면 서른한 살의 윌은 도시의 빛, 성공, 모험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던 인물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멀리,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대형 사고가 그의 세계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루는 점점 넓어지는 세계로 끌려가고, 윌은 점점 좁아지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루의 순수함은 윌에게 잠시나마 삶의 온도를 돌려주었고, 윌의 지성은 루에게 그녀가 미처 바라보지 않던 바깥세계를 열어 주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던 두 사람은 어느 시점에선가 같은 속도로 서로를 향해 걸었다. 하지만 그 만남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윌은 더 이상 확장될 수 없는 몸속에서, 자신이 머무는 세계의 끝을 먼저 보았다. 반면 루는 이제야 확장되기 시작한 세계의 문턱에 서 있었다.


사랑은 서로의 상처를 덮기도 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루가 윌을 살리고자 했던 사랑은, 결국 윌의 결정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윌 역시 루를 떠나며 그녀에게 미래를 남겼다. 사랑은 함께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떠남으로써 완성되는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때로는 꽃처럼 피고, 때로는 계절처럼 진다. 하지만 그 일시적 만남이 남긴 발자국은 오래 남는다. 루가 윌에게서 받은 '넓은 세계의 감각'처럼.


그녀는 윌의 죽음 이후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내가 매 순간 당신과 함께 할 테니." - 사랑을 담아서, 윌.


영화가 끝난 후 가슴속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안개가 낀 듯, 무겁고 흐릿한 먹먹함이 오래 머물렀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남는 방식으로, 우리가 걸어갈 세계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 놓기도 한다. 루와 윌이 서로를 통해 변했듯,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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