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한다
옆 방에서 수녀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초췌하다 못해 침통해 보인다. 무엇이 엄마를 저렇게 괴롭히는 걸까. 마음속에 불안이 엄습해 왔다. 그 와중에도 신기한 건 붉은 벽돌의 그 낯선 풍경이 결코 싫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한참 후 엄마가 수녀님과 옆방에서 나와, 우리를 보며 힘겹게 말했다.
"수녀님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한다. 일 년 후에 꼭 데리러 오마."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엄마는 막내를 등에 업은 채, 큰언니와 남동생과 함께 어둠 속으로 급히 사라졌다.
'이건 뭐지?'
한참을 어리둥절해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엄마!"를 외치며 신작로를 향해 힘껏 뛰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헤어져선 안된다. 제멋대로 요동치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숨이 턱에 차도록 내달렸다. 엄마와 막내 여동생, 언니와 남동생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신작로에 털썩 주저앉아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어쩌면 내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가 되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둠 속 적막만이 내 울음소리를 되돌려 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