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을수록 하늘은 더 정직해진다는 것을
선덕여왕
김미진
바람이 무릎 꿇고
천 년의 풀잎 낮게 엎드릴 때
하늘을 읽던 한 여인의 눈빛
별보다 먼저 나라를 밝혔다
성골의 마지막 빛
피보다 무거운 이름 받아 들고
칼 대신 침묵
왕관 대신 책임으로
백성의 밤을 건넜다
돌을 쌓아 하늘을 묻던
첨성대의 둥근 몸체에
그녀의 얼이 층층이 박혀 있고
구름을 밀어 올리던
황룡사 9층 목탑
부서질 듯 흔들리면서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의지였다
"여인이 나라를 다스리면 어지럽다!"
돌처럼 던져진 말 사이에서도
그녀는 별의 질서를 믿었다
밤이 깊을수록
하늘은 더 정직해진다는 것을
도리천을 향해 시선을 올리던 날
큰 별 하나 툭, 떨어져
백성들 울부짖었던가
선덕여왕 647년,
낭산에 몸을 누이며
한 시대의 등불로 남아
고요히 나라를 받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