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별꽃서리문학상 최우수상
제4회 별꽃서리문학상 최우수상
<안갯속 노인> 읽고 시 쓰기 공모전
참호 속에서
송민구
한 사내가 참호 속에 누워 있다
심장은 건실히 달려 있건만
가슴팍에 안겨 있는 묵직한 포신은
사내의 가슴에 걸린 빛바랜 군번줄을 향한다.
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산을 감싼 안개를 넘어
기어코 참호 속에 들어와
복숭아처럼 붉게 물든 뺨을 가진 전우의 이마에
잿빛 장미를 터트린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시를 사랑할 수도 없는
단 한순간의 신음은
좁은 세상 속에서
여리디 여린 사랑의 곡조가 되어
서서히 사내의 곱게 주름진 상처를 죄여온다
고요한 달빛이 참호를 비추는 어느 서늘한 밤
바람은 멈췄지만 젊음의 기억들은
한 줄기의 붉은 도랑길이 되어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어머니의 품으로 흘러간다
곡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례식에는
홀로 담배를 입에 문 사내가 앉아있다
요란한 북풍을 물러내는 아침의 새소리와
세상을 부르는 전우의 목소리를
안개가 자욱한 침묵의 중심에서
사내는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