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와 요석

1400년 세월을 거슬러

by 별꽃서리

원효와 요석

- 창작 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다


김미진


삼성현의 고장 경산에 큰 별이 떴다. 신라의 고승 원효, 신라의 공주 요석, 그들의 사랑이 1400년 세월을 거슬러 창작 뮤지컬(이원종 경산시립극단 예술감독)로 탄생했다. 삼한을 통일한 신라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세 딸 중 둘째인 요석공주. 어린 시절 요석은 늠름한 화랑이었던 설서당을 흠모하게 되면서, 전쟁에 참전하면서 설서당은 요석에게 지니고 있던 검을 사랑의 징표로 넘겨주고 떠나게 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요석은 거진랑과 결혼을 하여 한 달간의 신혼의 단꿈을 만끽한다. 하지만 백제와의 전투에서 거진랑은 장렬히 전사하고, 그렇게 요석은 과부가 된다.


뮤지컬은 고승 원효가 아닌, 인간 원효를 다루었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늠름한 화랑의 춤과 무예가 무대를 장악한다. 난세에 태어나 661년 그의 나이 45세 때 의상대사와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난다. 길을 잃고 헤매던 중 토굴을 발견하고 하룻밤을 그곳에서 지내게 된다. 그날 밤 원효대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자다가 심한 갈증을 느껴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웬 바가지에 물이 들어 있어 벌컥벌컥 마시니 달고 시원하여 다시 단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깨어보니 그곳은 공동묘지였고, 그가 마셨던 물은 해골바가지에 든 물이었다. 그곳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은 원효는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대중에게 부처의 말씀을 알리기 위해 거지행세를 하며, 춤과 노래를 부르며 나라를 떠돌게 된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줄 것인가 / 나는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으려 하네.’


어느 날,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귀에 이 해괴한 노래가 들어가게 된다. 자루 없는 도끼는 과부를 뜻함이요, 하늘을 받칠 기둥은 국가의 인재를 뜻함을 그는 대번에 알아차린다. 원효가 워낙 박식하고 뛰어난 대사라는 걸 무열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승 원효와 맺어줄 과부를 떠올리던 중, 마땅히 떠오르지 않자 한 달 만에 과부가 된 자신의 둘째 딸 요석을, 원효와 맺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고, 3일간의 짧은 사랑이 이루어진다.


이 짧은 만남을 끝으로 원효가 홀연히 떠난 후, 요석은 홀로 설총을 낳게 된다. 이후 원효는 계율을 어긴 죄로 머리를 깎지 않고 속세의 옷을 입으며 스스로를 ‘소성거사’라 칭하며, 말과 행동을 험하게 하고, 기생집을 드나들기도 하였고, 쇠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다녔으며, 아무 데서나 잠을 자고, 전국을 떠돌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파계 이후에도 활발히 저술활동을 하며, 《화엄경》에 들어있는 문구를 따서 <무애>라는 노래를 지어 노래하고 춤추며 대중 교화를 실천하였다.


신라의 대학자 설총, 그는 우리말로 경서를 읽는 방법을 터득하여 이두를 정리하고 집대성하였다. 아버지는 원효이며, 어머니는 요석공주이다. 그의 신분은, 아버지의 신분을 따라 6두품이었지만 뛰어난 문장과 학식으로 세간의 큰 존경을 받았다. 아마도 그는 자라나면서 들었을 험한 이야기들, 출생에 대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음에서 잠재우기 위해 학문에 정진하지 않았을까.

역사에 묻혀 있던 요석의 사랑이 순간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어릴 적부터 평생을 흠모하던 사람이었지만, 큰 뜻을 품고 떠나는 낭군을 결코 자신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홀로 원효의 고향을 찾아가 아들을 낳아 기르면서도, 단 한 번도 원효가 있는 곳을 찾아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설총에겐 찾아가서 만날 것을 허락하였다.


평범하지 않은 이 사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원효가 너무나 큰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부모가 맺어준 태산같이 큰 사랑이었지만, 원효가 불교의 대중화를 선택해 떠난다고 했을 때, 그 절대적인 불심 앞에서 그녀는 모든 걸 순종하며 갈 길을 내어 줬으리라.


경산을 떠받치는 삼성현(원효, 설총, 일연)의 고장. 경주가 아닌 이곳에서 다시 창작 뮤지컬로 탄생한 원효와 요석, 신명 나는 창작 뮤지컬에 푹 빠져 나도 모르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1400년의 긴 세월을 지나오며, 또한 그의 아들 설총은 이생에 다하지 못한 가족의 연을 어쩌면 내세에 영원히 맺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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