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교실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김미진, 앞으로 나와!"
순간 나는 모든 감각이 정지되는 느낌이었다.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가자,
"김미진은 선생님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인사 백번 실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68명의 아이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나의 얼굴은 홍당무가 된 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억울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중 담임선생님과 마주쳤다. 나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 웅얼거리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여덟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때부터 나의 영혼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내게 안겨주었다. 유독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나에게는 세상의 모든 불들이 꺼져버린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