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비빔밥에서

점심 풍경

by 별꽃서리


다온비빔밥 뷔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 개의 큰 밥솥이다. 눈처럼 흰쌀밥과 건강식인 보리밥, 그 앞에는 고운 색의 나물들이 정갈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잘 삶은 콩나물은 투명한 빛에 아삭함을 품었고, 버섯은 깊은 산의 향기를 안은 채 놓여 있다. 고사리는 질기지 않게 손질되어 있고, 호박은 여름 들판의 햇살처럼 연둣빛으로 빛난다. 당근은 불빛을 머금은 듯 선명한 주황으로, 김가루는 검은 바다의 물결처럼 잔잔하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은 이 모든 재료를 은근히 감싸 안고, 고추장은 붉은 열정을 내어 비빔밥의 중심에 우뚝 선다.


그릇의 비빔밥은 이렇듯 수많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완성된다. 혼자서는 빛을 내지 못하는 작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된장의 깊은 맛과 계란프라이의 고소함, 잡채와 감자볶음, 새우볶음의 향긋함, 김치의 알싸함, 미역줄기의 바다 내음까지 곁들여지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삶의 모양새가 담긴 커다란 우주가 된다. 상추와 불고기의 푸짐함, 된장국의 구수한 국물, 마지막에 남는 숭늉의 담백함까지 더해지면, 이곳에서의 밥상은 이미 하나의 풍경, 한 편의 시가 된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늘 여사장님과 마주친다. 점심 무렵이면 부엌은 전쟁터처럼 분주하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늘 활기차고, 눈빛은 정겨움으로 가득 차 있다.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손길은 지극히 정성스럽다. 문득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노동의 흔적이 아니라, 한 그릇의 비빔밥 속에 삶의 시간과 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중하고 값진 증거이다.


비빔밥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 있다. 서로 다른 빛깔과 모양의 재료들이 한데 섞여야만 제맛을 내듯, 삶도 각기 다른 순간들이 모여 조화를 이룬다. 기쁨과 슬픔, 눈물과 웃음이 뒤섞여야 비로소 인생이라는 그릇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비빔밥의 한 숟가락 속에는 바로 그 삶의 깊이가 오롯이 스며 있다.


나는 오늘도 그 한 그릇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인다. 나물의 은은한 향, 고소한 참기름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여사장님의 땀방울이 만든 진심 어린 소중한 밥상. 그 순간 비빔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한 편의 서정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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