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삶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답이 되기를 바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자꾸만 정해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대로 걸어가면 넌 탄탄대로야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가족이, 옆에서 자주 그런 말을 하였다. 이 직업을, 이곳을 다니면, 이렇게 살면, 많은 조건들이 붙었고 어쩌면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지금보다도 편안한 삶.
하지만 난 정해주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며 살았다. 그게 맞는다고 느꼈고 지금은 그게 맞은 걸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은 주어진 시간을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뒤돌아 보게 된다. 내가 걸어온 방향과 길이 너무 많이 돌아와 있지 않은지 또 가야 할 길이 엉망일 것 같아 차라리 어릴 적처럼 정해진 길에 따라만 가면 반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은 안전함을 선택하고만 싶어 진다. 아무도 네 삶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 자신이 나를 잘못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수만 번의 마음과 생각들이 피어난다. 그럼 내가 가야 하는 길의 갈래도 곱절로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것도 정답이 되지 않으니 걸으라고 하지만 발걸음이 선뜻 나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 섰다. 그렇게 잘난 나를 만든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잘난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월든을 읽으면서 땅과 허름한 오두막만 짓고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 하루가 있었고 한강에 줄 세워진 채로 높게 올라간 아파트들을 보며 나도 저런 곳에서 사는 삶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때도 있었다. 마음은 돈과 경제의 자유를 원하면서 읽는 책은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를 읽어나갔다.
읽으면서도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집에 당장 쫓겨나거나 내가 바닥에서 생활할 정도로 가난한 여건이 아니면서도 나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꼈다. 사고 싶은 걸 사는 여유가 없다고, 누군가를 보며 나도 저런 삶을 사실은 살고 싶었다고 허접한 생각을 하며 지냈다. 삶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책들을 보면서, 이해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였다.
돈을 어느 정도 벌어야 행복할지, 얼마큼 벌었을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 분석하면 대부분 일정량이 정해진 정도에 머무른다고 한다. 그 이상을 벌어도 대부분의 행복의 수준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돈을 벌어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또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면 돈을 그렇게 벌어서 행복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답했고 알려주는 책을 읽으면서도 눈과 귀와 말이 막혔다. 글을 읽으면서도 나 자신을 바꾸기가 힘들었다. 항상 현재에 만족할 것. 의식적으로 행동할 것. 주어진 것에 '제대로'바라볼 것.
알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실은 알고 있었다. 불안이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바라보는 삶을 사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앞날이 엉망진창으로 되더라도 그게 내 삶이구나 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앎과 행동은 다르다는 것 또한 알았다.
아마도 난 죽을 때까지 이 고민을 하다가 끝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나이가 먹어서 그쯤 되면 많은 경험을 해서 인생이 이대로도 좋았어. 잘했어. 좋았으니까 이만 잘 살다 간 걸로 하자.라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평생 고민을 하고 평생의 답을 자연스럽게 내리고 싶다. 끝없이 고민하다 가는 게 삶이라는 걸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