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시민 Jul 24. 2024

시선

지워지고 사진첩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보면 어느새 사라졌던 나의 사진들.

몇 장 안 되는 사진이지만 어린 시절에 가졌던 시선이 담긴, 흔적을 남긴 사진들이 남아있다. 

흑백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언제 찍었는지 무슨 마음으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사진들이었다.



사진 공부 책들을 보며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들을 비슷하게 따라 찍으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무의 질감을 들여다보고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 저 질감은 뭘 나타낼 수 있는지, 또 명암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가졌다.

지금과는 다르게,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어둠과 빛이 나란할 때의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다. 사진에서만 표현되는 그런 느낌들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그저 풍경이었지만,

사진에 담기는 순간은 기억이 되었고 극적으로 보였다.



나의 시선이, 나의 순간이 

영원으로 남는 찰나



지금 나는 어떤 시선으로 삶을 살고 있을까?

무언가를 들여다본 적이 언제인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진을 처음 하는 그 마음을 기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자꾸만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후회로 가득 찼던 어린 나를 찾는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왜 사진을 하지 않고 있냐고 물을까? 그때 역시도 사진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사진에 대한 열정이 줄었다고 생각하며 외면하고 지내고 있다.


난 계속해서 뭘 해야 될지 모르는 방황의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사진 밖에 남는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나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다신 제대로 카메라를 잡지 않고 싶은 이 외면은 사실 너무나도 잘하고 싶은 간절함의 반대, 방어적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한다. 또 후회로 남는 삶을, 글도, 사진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이더라도 괜찮냐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오늘도 난 대답할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돈 주고도 못 사는 그런 재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