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시민 Jul 22. 2024

돈 주고도 못 사는 그런 재능


어릴 적부터, 혹은 어느 새부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얼 먹었을 때 행복한지, 뭘 해야 나 자신다워지는지 아주 분명하게 잘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곤 하였다.

나도 따라 해볼까 싶었고 따라 하면 따라한 티가 날까 봐, 우스워보이진 않을까 걱정하며 혼자 감추고 삼켰다.

모든 것을.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할 길이 없었다.

조금 옛날스러운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쩌다 보면 시끄러운 음악도 가끔 생각났고, 어릴 때 들었던 아이돌 노래도 이젠 추억이 돼서 자주 찾아 듣지 않았고, 말을 빙빙 돌다 보면 결국 대답하지 못할 때가 생겨

난감하였다.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어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에 대해 모르는 것을 걱정하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논어 한 줄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인용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 문장을 곱씹다 보면 여과 없이 나의 부족함이 드러난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알고 지낸 사람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잘하고 있는지, 친절한지, 베풀고 있는지,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지, 쓸데없는 걱정에 휩싸여 살고 있지 않은지. 묻고 또 묻는다.


이게 나의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남들보다 두 배 세배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끝없이 고민하고 남을 부러워하고 배움이 있는 것 같아 보이면 좇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고, 다시 일어나서, 어디로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사는 게 나의 삶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흔들리고 흔들린다. 가진 게 없어서 차라리 다 털고 떠나버리면 좋으면서도 욕심과 내려놓음은 이뤄지지 않아서 계속 흔들리는 삶만을 선택하게 된다. 


10대에도 삶이, 인생이, 고난이 쌓였다.

20대에는 그 삶이 나아지기를 희망하였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 보일 때도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30대에는 더 까마득 해진 남은 삶을 보며 고난을 쌓는다. 나 자신이 만드는 삶이 방향성을 잃고 흔들렸다.

앞으로 40대에는, 50대에는, 또 그 후에는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내가 있을지 모르겠다. 대답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있을지 알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결국 다시 되돌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