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로 살아가며 '책'이 나의 삶에 주는 기분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하다. 언어 영역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재수를 하게 되면서 언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었고, 책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이해하려면 내가 먼저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서점에 가서 소설 베스트셀러에 놓인 기욤 뮈소의 소설책을 구매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그 어색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책을 읽을까?", "200장이 넘는 책을 언제 다 읽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고, 그렇게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기욤 뮈소의 작가가 워낙 좋을 글을 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금방 읽어 나갔다. 그렇게 2주도 지나지 않아서 책을 다 읽었고, 주말에 다시 서점에 가서 기욤 뮈소의 다른 책을 구매했다.
언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지만, 어느새 언어 영역의 점수와는 무관하게 나는 한 달에
1권에서 2권 정도씩 꾸준히 읽었고, 10개월이라는 재수 기간 동안 2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 후로는, 1년에 적어도 10권의 책을 구매하고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름의 습관을 잡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은 바로, 왜 이전에는 책을 읽는게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였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하면 무조건 다 읽어야 그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은 책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문장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잘 넘어가지 못 했고, 문장 하나 하나를 다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책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적독을 두려워 하지 마라."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_야마구치 슈]에서 읽었던 문구다. 그렇다. 책을 읽는 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에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은 넘길 때도 있어야 하며, 여러 책을 나눠서 읽어도 되고 하나의 책을 꼭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나서 좋은 점은 바로 뿌듯함이다. 뭐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뿌듯함이 제일 크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글을 적어보고, 때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들었던 기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단순히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이 나의 생각으로만 머물렀을 때는 그것이 진짜 옳을까? 좋을 것일까?하는 고민에 선뜻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나의 생각과 비슷한 말을 하는 작가를 만나거나, 나의 생각이 옳은 것이라고 판단되는 글들을 보게 되면 "내가 꽤 괜찮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우리의 삶을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그리 별로인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 삶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꽤나 잘 살고 있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오늘도 책을 읽는다. 한 권을 다 읽지 못한 책일지라도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어를 얻었다면 그 또한 충분히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며.
40-50분 정도 되는 출근길을 이용해서 오늘도 한 챕터라도 읽으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무거운 몸으로 아침에 일어나 점심 도시락을 챙기고 옷을 입고 나오며 때로는 그냥 즐겨보는 유튜브를 보면서 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정말 나약한 사람이기에...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끝없이 재밌는 거만 보고 싶고 책보다는 그냥 멍하니 유튜브나 OTT를 틀어 놓고 싶다. 그것이 잘못된 삶을 아니니까 ㅎㅎ
하지만 책을 읽었을 때의 즐거움과 기쁨도 분명히 있기에, 유튜브를 다음으로 미루고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어 읽는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유튜브나 인터넷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자기 전 30분, 다시 책을 꺼낸다.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책 한 권을 읽어서 다시 책을 사러 갈 계획을 세운다. 이번엔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을 하며.
글을 마치며, 책을 읽는게 힘드신 분들은 좋아하는 분야, 또는 몇 장 되지 않는 책을 먼저 사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조금씩 한 챕터라도 읽으려 노력하며 살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책을 사러 서점에 갈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책을 꺼내어 본다. 오늘의 책은 핼 스테빈스의 카피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