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어른

하지만 무리는 동경해

by Dubu

나는 내향인이다. 다른 누군가와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자리에서 입을 떼지 못한다. 문제는 그런 내가 항상 '무리'를 동경한다는 점. 무리를 동경하면 용기를 내면 되고 혼자 있고 싶다면 이 생활에 적응하면 되는데, 오랜 시간 동안 그 매듭을 풀지 못해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걸었다. 사부작거리며 산책하듯 지내면 될 것을. 머릿속 생각과 몸의 행동이 어긋나니 생활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마음으로는 불만이 가득하지만, 몸은 얼어 있었다.


아침 일찍 기숙사에서 나올 때 길가 가로질러 길고양이들과 종종 마주친다. 꼬질꼬질한 모습이 안쓰러워 물이라도 줄까 싶어 다가가면 한참이나 멀리 달아난다. 분명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다가오지는 말란다. 그러니 항상 적정거리를 유지할 뿐이다. 네 마음이 어쩌면 꼭 나와 같겠구나. 사람이 필요하지만 달아나고, 달아난 다음에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사람이 다가오면 멀어졌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상대의 행동과 말에 하나하나 의미 부여하며 자신의 생각으로 이렇다 정의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심하게는 어긋나게 자아가 강하거나 편견에 빠져있다. 나름의 기준으로 이미 재단된 사람을 그들은 아주 좁게 본다. 재단을 벗어나기란 몹시 어렵다. 새어 나오는 의중이 또렷한 말들을 하나하나 주워 지적하다 보면 어느새 쪼잔하고, 쉽게 삐지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슬프게도 관계 속을 떠다니는 미묘한 기류들은 내 살끝 하나하나에 스며든다. 누구는 눈치 본다고 말하는 인간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다.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조금 떨어진 길에서 우연히 지인을 만났을 때 '인사를 해? 말아?' 고민하다가 못 본 척 지나칠 때가 많다. 눈이 딱 마주치지 않는 이상 거리 계산까지 하며 핸드폰을 만지는 척, 딴 데 보는 척 연기를 한다. 꽤 친한 지인을 발견했을 때에도 쉽사리 아는 척하지 못하고 어벌쩡거리다가 인사할 타이밍을 흘려보낸다. 이렇게 써보니 오래전부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나의 성향인데 혹시 대인 기피증이 아닐까 의심도 해보았고 내가 이 정도로 내향적인 인간인가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를 오래전부터 보았던 친구들은 확실히 예전보다 변했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대답한다. "그래, 난 이제 모두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 보통의 사회에 맞춰져 간다. 누군가에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처를 주게 되어있다. 모두를 사랑한다는 건 많은 걸 감내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아주 약간의 용기다. 궁금하거나 모르는 점이 있으면 물어보는 용기, 우연히 지인을 만났을 때 못 본 척 말고 인사하는 용기, 혼자 여행하는 건 천국 같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친구 한 명 데리고 어딘가 가려는 용기 같은 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훤히 보이는 상황에 어리석은 꿩처럼 내 눈빛만 숨긴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니다. 겉으로는 외향인(?)이지만 인사 한 번에도 제법 용기가 필요한 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서 여전히 종종걸음으로 살 것이냐, 훌륭한 날갯짓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이냐는 언제나 내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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